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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Mar 08. 2022

현장실습생과 함께 OPIC을 치면서 전하고 싶었던 말

괜찮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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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안 트였다.

실습생은 그렇게 시험을 치고 나왔고 학상에가 몇가지 영어 질문을 함으로써 왜 그렇게 일찍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단어, 문법을 알고있는 정도를 떠나 흔히 말하는 '입이 안 트인' 상태였다. 분명 학생이 더 많은 단어를 알고있고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그것을 언어로써 활용하는게 안되는 상태로 보였다. 물론 나 역시 영어를 아주 뛰어나게 잘하는것은 아니지만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에서 원어민 15-16세 정도의 수준으로(주변의 외국인 영어 강사 친구들에게 나의 영어 실력이 어떻냐고 종종 물어보곤 했다.) 발전했기 때문에 그 학생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변화는 스스로 만드는것 

준비없이 시험을 본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실습나간 회사의 대표와 함께 치는것이니 말이다. 이번 시험을 통해 실습생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인지가 확실히 된거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소감을 묻는 말에 학생이 한 대답 때문이다.

아 그런데 대표님, 결과를 떠나서 저 진짜 시험치는 동안의 제 모습에 화가 나서라도 공부를 해야될거같습니다. 저 진짜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오늘 친 영어 시험을 통해 앞으로의 학습 방법이나 강도를 정할수 있게 될테지만 사실 이 한마디로 나는 학생의 시험비를 내준것 그이상을 얻었다. 나는 주말의 몇시간을 통해 학생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동기(Motivation)'을 선물해줄 수 있었다. 


기술과 노하우는 가르치면 된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태도는 돈으로 사거나 교육을 통해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그러한 경우가 많다. 오랜기간 자신이 살아온 환경, 배경지식 등 모든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생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태도를 구축했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감히 누군가의 태도를 바꾼다는것은 정말 쉽지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변화를 돕는 시도를 하지만 결과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믿고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스스로 변하겠다는 다짐을 했는것 만으로도 이번 OPIC시험응시의 결과는 성적을 보지 않고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실습생은 시험이 끝나고 나와서 나눈 얘기중에도 눈빛이 빛났다. 내 시험시간까지 1시간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 회사생활에 관한 얘기를 더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여러 이야기중 영어 학습에 한해서 내가 학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이랬다.


1. 시험은 내 실력을 숫자로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초경쟁사회인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나면 누구나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또 최고의 결과를 얻게되길 바란다. 그 두려움은 결국 긴장으로 변하게 되고, 있던 실력마저 없어지게 된다. 시험만 치게되면 머리릿속이 하얗게 되고 눈앞이 캄캄해지는건 그런 두려움과 긴장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가 곧 내 실력이라 생각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길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면 두려움은 조금 줄어들것이다. 절대 결과가 좋아진다는게 아니다. 그냥 단순히 두려움이 줄어들거란 얘기다. "공들여 준비한 시험이니까 잘쳐야하고, 여러가지 준비할것도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당연히 불안한거지!"라고 생각할수있다. 조금만 차분히 다음을 더 읽어보자.


2.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의 크기가 곧 내 목표와 내 실력간의 차이다.

취업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 OPIC등급이 IH이고, 나는 지금까지 OPIC을 세번 쳤으며, 각 시험에서 IM2, IM3, IM2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네번째 OPIC순간이 찾아왔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낄까? 당연히 느낀다. 한번도 IH를 받아본적이 없고, IH를 받기 전까지 나는 IM2 또는 IM3 실력이니까. 또 IM3라고 하기에는 가장 최근 시험에서는 IM2를 받았으니까. 분명 IM3를 받은적이 있어 친구들에게 '나는 IM3야' 라고 말하겠지만 사실은 본인의 실력은 IM2에 가깝다는걸 알고있다. 그래서 IH등급과 IM2등급 수준 차이만큼 두려운거다. 


만약 이미 IM2, IM3, IM2를 받았는데, 현재 상태로 내가 가고싶은 회사에 합격을 했고, 회사에서는 최신 자료로 업데이트만을 요청하며 NH만 되면 되니 갱신만 해오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낄까? 당연히 안느낀다. 내가 받았던 최저 성적이 IM2이며 한단계 아래도 IM1이고 NH는 그 아래니까. "그냥 가서 대충 쳐도 NH는 나오겠지" 라고 생각할거다. 그리고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치면 실제 못해도 IM1정도는 나오고 웬만하면 IM2가 나올거다. 


그러니 뭔가 이벤트를 앞두고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건 본인이 인정을 안해서 그렇지 실력이 부족한걸 속으로는 알고있기 때문이다.


3. 경험자는 경험자를 알아본다.

나는 이력서에 적힌 숫자들을 딱히 신뢰하지 않는다. 이력서 상의 스펙은 '그런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정도로 노력을 했던 적이 있다' 정도로 여긴다. 왜냐하면 토익900점이 영어를 잘하는 것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진짜 영어를 잘 하는지, 혹은 특정 일을 실제 잘 하는지 경험자들은 질문 몇개면 충분히 구분을 할 수 있다. 예를들어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 20대 초반 남학생 한명을 두고 5개의 질문을 통해 군필자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하면 거의 모든사람들이 '가능하다' 라고 대답한다. 대학을 다녀본 사람들에게 질문 5개를 통해 그사람이 진짜 대졸자인지 확인 가능한가?를 질문하면 역시나 '가능하다'라고 대답한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진짜 잘하는 사람에게 질문을 통해 영어를 진짜 잘하는지 확인하라 하면 충분히 확인 가능하다. 경험자는 경험자를 알아보는 법이다.


4. 지금까지의 학습 방식은 뭔가 잘못됐다.

대학졸업을 1년 남겨두고 초중고 12년, 대학 3년, 총 15년의 시간을 모두 부정하는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적어도 영어학습에 한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화가 나지만 인정을 해야했다. 지금의 내가 OPIC시험에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이유는 과거의 내가 했던 영어 공부가 딱 그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5년간 영어공부 안해도 된다, 영어 중요하지 않다 라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을거다. 늘 잘하고 싶었을 것이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방식으로 앞으로 1년 더 노력해봤자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앞으로 함께 공부해보면서 발견하고, 고쳐나가면 된다. 다만, 지금까지 학습 방식은 뭔가 잘못됐고, 그걸 시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확인을 했으니, 학습 방법부터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함께 공부해보자고 했다. 언제든지 아무때나 자다 일어나서 시험을 보더라도 지금 나오는 성적보다는 최소 1등급, 많게는 2등급 이상 잘나오게 해줄테니 믿고 따라오라 했다. 


16주간의 현장실습을 통해 이 학생이 과연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시험을 치고나서 분해하던 모습, 잘해보겠다고 당차게 얘기하던 모습을 보며 그 여정을 기꺼이 함께 해주고 싶어졌다.


지금 성적이 낮게 나와도 괜찮아. 우리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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