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디터 SU입니다.
근래 많은 한국 영화들이 해외의 저명한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혹은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아마 한국에 점점 더 좋은 영화들이, 그리고 좋은 영화감독들이 많아진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번 포스트를 통해서 이미 여러 방면에서 검증된 한국의 영화감독들의 영화들을 살펴보고자 하는데요, 물론 그들의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니라 별로 알려진 바 없는 단편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처음부터 반짝반짝 빛났던 그들의 작품을 함께 보러 가실까요?
1. 봉준호 감독 <지리멸렬>
첫 번째 타자는 봉준호 감독입니다. 봉준호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감독으로서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의 영화를 통해서 오락성과 예술성,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의 상을 석권하면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봉준호는 그의 장편 입봉작 <플란다스의 개>이 비평가들에게 찬탄을 받기 전에, 이미 여러 단편들을 통해서 그의 영화적 자질을 입증한 바 있는데요. 특히 한국 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지리멸렬>은 그의 영화적 싹수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리멸렬은 3개의 에피소드와 1개의 에필로그를 엮어 만든 작품으로 사회 기득권층이 보이는 모순성을 코미디로 승화시키면서 오락성과 사회적 시사점을 한데 어울러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야한 잡지를 보고 그것을 학생에게 투영시키는 교수, 남의 집 대문에 놓인 우유를 훔쳐 먹는 늙은이 그리고 볼 일을 참지 못하고 남의 공간에 예의를 범하는 화이트칼라 회사원이 등장합니다. 이렇듯 세 인물들은 모두 도덕적 사고, 행동과는 괴리되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영화의 마지막 챕터인 에필로그에서 한데 모이게 됩니다. 사회도덕에 관하여 논의하고 있는 사회 시사 프로그램에 모인 그들은 각각 사회학 교수, 대형 신문사의 논설위원, 검찰로 등장하며, 그곳에서 자신들이 보여준 행동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또 자신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인 양 말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2. 박찬욱 감독 <심판>
두 번째로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단편영화의 감독은 박찬욱입니다. 박찬욱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이 뚜렷한 감독으로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작가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90년대 말 왕가위가 그만의 독보적인 영화적 색채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듯, 박찬욱은 현재 그만의 그로테스크하고 통찰력 깊은 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의 단편영화 <심판>에는 그러한 박찬욱 적 사인의 초안이 잘 드러나고 있는 바입니다.
심판은 백화점 붕괴 사고로 인한 신원미상 여인의 죽음과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관계들에 관한 영화입니다. 사건이 전개되는 신체 안치실에는 얼굴이 반쯤 뭉개진 여인의 사체와 그를 염하고 있는 장례사, 그녀의 부모라고 주장하는 중년의 부부, 기자, 공무원이 있습니다. 그러던 도중 염을 하던 장례사가 갑작스레 사체가 몇 년 전 집을 나간 자신의 딸인 것 같다고 주장하게 되고 일이 복잡해집니다. 기자는 특종 거리의 냄새를 맡고 진실을 찾으려고 사람들 사이를 뒤적거리고 공무원은 면책을 피하기 위해서 장례사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액의 보상금을 두고 낯 뜨거운 공방전이 일어나다가, 중년 부부의 딸이라고 말하는 한 여인의 등장과 더불어 지진이 발생하면서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3, 나홍진 감독 <완벽한 도미요리>
마지막으로 함께 살펴볼 감독은 나홍진 감독입니다. 나홍진 감독은 총세편의 장편영화 <추격자>, <황해>, <곡성>를 찍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영화제에서 상을 석권하면서 뛰어난 작품성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그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면서 오락성도 함께 겸비한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그는 이미 단편작품으로 신예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은 바 있는데, 그 작품은 바로 <완벽한 도미요리>입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독특한 미장센과 효과적인 사운드의 사용, 괴기하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서사는 비교적 간결합니다. 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기 위한 한 요리사의 사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완벽함에 과하게 집착한 요리사는, 계속되는 사소한 실수에 요리를 끝맺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조리 속에서 자신의 손가락, 눈 등을 잃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결국 요리사는 요리를 완성하게 되는데, 손님은 이미 죽어있고 그 자신도 늙어 곧 죽고 맙니다.
지금까지 국내 최고의 감독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초기 단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처음은 모두 어설프기 마련이라는데, 위의 작품들은 그보다는 그들의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그들의 반짝임을 군데군데 엿볼 수 있습니다. 작품성도 뛰어나고 오락성도 잡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짧은 이 단편 영화들을 여러분도 함께 보시면 어떨까요?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나홍진 감독을 좋아하신다면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이 작품들을 보면서 앞으로 또 나올 좋은 한국 영화들을 함께 기대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