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방송>, <영혼의 노숙자>, <에디터 SU의 에디토얼>
안녕하세요. 에디터 SU, 수진입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네요. 잠깐 외출을 하려다가도 매서운 바람과 코로나바이러스가 밖으로 향하려는 발걸음을 가로막고는 합니다. 여러분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정규학기가 끝나고 어디에도 나가지 않은 채 집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창문 틈새로 찬 바람이 비집고 들어올 때면 이 겨울과 우울한 상황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서글픈 생각이 들 땐,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됩니다. 특히 저는 팟캐스트를 자주 들어요. 여러분은 팟캐스트를 어떤 용도로 들으시나요? 어학 공부를 목적으로 들으시는 분도, 여러 분야의 교양을 쌓기 위해 들으시는 분도 있겠네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방송 세 편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팟캐스트는 리타의 <퀴어방송>과 셀럽 맷의 <영혼의 노숙자> 그리고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입니다.
1. 퀴어방송
“안녕하세요. 퀴어방송입니다.”
<퀴어방송>은 2013년 2월 28일 첫 회를 시작으로 2018년 6월 19일 100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 팟캐스트입니다. 퀴어방송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다루는 주제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방송의 이름에서부터 흥미가 느껴지시지 않나요? 퀴어방송은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며 사회가 알고 있는, 어쩌면 틀에 박힌 소수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개인’의 삶은 조명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붙이는 딱지에 딱 맞는 소수자라 할지라도, 당사자에게서 듣는 ‘당사자의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 전율과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저는 퀴어방송을 고등학생 때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는데요. 점점 길어지는 병원 생활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흥미로운 것을 찾던 어느 날, 저는 팟캐스트 방송 목록을 보다가 퀴어방송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제목에 이끌려 듣기 시작했던 퀴어방송은 제게 너무도 재미있는 유희 거리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역시 어떤 것에 꽂히면 질린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 그것만 좋아하시나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퀴어방송이 혹여나 남들에게 들릴까 귀에 잘 끼워 넣고는 밤새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퀴어방송을 들으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해방감이었습니다. 우울증, 식이장애 등 사회에서 절대 내보일 수 없는 질병들이 그곳에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병이었으니까요. 아마 그 시기의 저는 퀴어방송을 들으며 가까운 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가진 이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공통의 경험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이를 데 없이 값지니까요.
2. 영혼의 노숙자
“영혼의 집을 잃고 헤매고 계신가요? 영혼의 갈 곳을 잃은 고독한 방랑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방송. 멧돼지의 영혼의 노숙자, 지금 시작합니다.”
<영혼의 노숙자>는 2017년 8월 12일 첫 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발히 방송하고 있는 팟캐스트입니다. 방송은 매주 일요일에 업데이트되는데요. 이 팟캐스트의 매력은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풀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정신을 차리면 크게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교양방송의 탈을 쓴 코미디방송인 영혼의 노숙자는 방송 도입부에 셀럽 멧이 늘 말하듯 ‘영혼의 갈 곳을 잃은 고독한 방랑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줍니다.
저는 영혼의 노숙자 에피소드 중 ‘월간 이반지하’를 가장 좋아합니다. 현재 이반지하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김소윤이 말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세상의 모든 심각한 일들이 아주 작고,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심지어는 나와 상관없다고 느껴져요. 그럴 때면 밑도 끝도 없이 영혼의 노숙자를 몰입해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곤 생각합니다. 말을 통해 사람을 이토록 매혹 시키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고요. 저는 영혼의 노숙자를 들으며 위안을 얻기도,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합니다. 때때로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고 하는 깨달음을 얻기도 해요. 신기하지 않나요? 재미와 감동과 고민 해결을 동시에 하는 방송이 있다는 사실이요.
3.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은 2020년 12월 12일 첫 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방송하고 있는 팟캐스트 중 하나입니다. 이 팟캐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도서나 영화, 공연 등 여러 장르를 포괄한 ‘예술’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타 팟캐스트와 다른 점은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일반적인 팟캐스트에는 고정된 출연자가 있는 반면에,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은 매화 다양한 사람들이 예술 장르 혹은 다양한 주제를 소개합니다. 저는 이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시간이 무척 빨리 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해요.
저는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 에피소드 중 ‘잔잔한 웃음이 깃든 프랑스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소개하는 프랑스 영화 <알로 슈티>는 저번 학기 전공 수업을 들을 때 봤던 영화였는데요. 그때 교수님이 이 영화를 두고 클리셰를 다룬 영화라고 하셨어요. 편견과 선입견을 다룬 것이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는데요. 영화를 보는 내내 교수님이 설명하신 키워드를 가지고 봤기에 영화의 다른 감상은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알로 슈티>를 소개하는 에디터 SU의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어요.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프랑스 북부 사투리를 듣고 싶었다는 감상은 제가 영화를 보며 놓치고 있던 부분을 다시금 환기해주었습니다. 아직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선 직접 그 주제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이미 보거나 알고 있는 주제는 새로운 감상을 얻어 갈 수 있는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이 제가 세 번째로 소개해드리는 팟캐스트입니다.
여러분은 팟캐스트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문 방송인이 아닌 개인이 자유롭게 콘텐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공중파에선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말들과 이야기들을 듣는 것은 무료한 일상에 일탈이 됩니다. 저는 인상적인 팟캐스트를 들었을 때면, 그 당시의 장소와 냄새, 감정 따위가 덩달아 같이 저장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오늘 소개해드린 팟캐스트 <퀴어방송>과 <영혼의 노숙자> 그리고 <에디터 SU의 에디토리얼>이 여러분에게도 그런 기억을 선물해주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에디터 SU, 수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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