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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해피 Sep 26. 2022

부끄럽지만 이르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그리고 빨래하듯 개어 넣는다.

처음 우울감 상담을 받을 때 정말 눈물 콧물 다 짜며  두서없이 서러움을 토했다. 난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래요? 모든 인연을 다 잘못 만난 거 같아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내 이야기를 몇 회기 동안 계속 들어주시고 맞장구만 쳐주시던 상담 선생님은 숙제를 하나 내주셨다.

"우리가 그동안 나눈 대화... 어떤 느낌, 어떤 심정이었는지 스스로 감정 읽기 해보고 다음 주에 말해줄 수 있을까요?"


일주일을 곰곰이 생각했고 나온 답은 "이르는 심정"이었다.

아이가 엄마한테 아빠한테 말하듯 떼쓰고 이르는..

 

"그래서 속은 후련했나요?"

"네 "


"요즘 젊은 사람치고는 없는... 화병이네요. 감정을 계속 폭발해야 해..."


하지만'이르기와 공감'의 시간은 오래갈 수 없었다. 회기당 10만 원의 비용이 벅차기도 했을뿐더러 그 돈이 있으면 아이 언어치료에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의 마음을 귀 기울여주는 친구는 있지만 그 친구 또한 감정 쓰레기통이라 생각할까 두려웠고... 그리고 나에겐 쉽게 공감하지 못할 특수한 육아문제가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쌩자로 버텨내며 1,2년이 흘렀다. 내가 해내야만 하는 갖가지 역할에 부딪혀만 갔다. 특히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 유치원에서 오가면서... 아이들 사이에 특이한?, 도와줘야 할 친구로 불리며 난 더 외로워졌다.


내손으로 다시 심리상담을 찾았다.

때마침 아이가 다니고 있는 복지관에서  발달지연, 발달장애아를 육아하는 부모를 위한 양육,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었고... 대기만 반년에서 일 년 예상한다는 그 말에 나는 내가 위태로운 상황임을 말하고 하루빨리 상담을 받고 싶다 했다.

 

배려로 상담에 들어갈 수 있었고  나의 상태는 위태로운 게 맞다 했다. 그 무렵 병원에서는 공황장애가 의심된다 했고 새벽마다 숨이 멎을 것 같아 깨는 일이 잦았다.


복지관 상담을 하며 검사했던 자아의 균형,불균형임을 한눈에 알수있다. 그옆에 우유부단이라는 검사자 설명이 눈에 들어온다.

계속해서 일렀다.

친정에는 나만 참으면 끝날까 싶은 갈등이 있고,

시가에는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이기적인 울타리가 있고,

남편과는 점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리고 아이에게는...

내가 진짜 잘 키우고 있는 건지 항상 의심이 든다고.


약을 복용하며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심할 때마다 먹는 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았고 아이도 약을 복용하고 센터에 다니면서... 우리 둘은 노력하고 있다.


글을 쓰며...

다 써놓은 것을 다시 읽어보자니 이것도 글인가 싶게 부끄럽지만, 그래도 명확해진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지...


상담사 선생님께 두서없지만 울분을 토했던 그날처럼

두서없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채워본다. 그리고  지난날 넣어두기 바빴던 우울을 다시 꺼내 살펴보고, 반듯이 개어본다.


어젯밤은 바빠 건조기 돌린 빨래도 정리 못하고 대충 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바삐 넣어두느라 구겨진 빨래들을 피고

수건은 수건대로, 티셔츠는 티셔츠대로 정리해나가니

뭔가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 네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야!, "

정말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상황들이었을까?

공감해주지 못한 이들 속에 나는 외로웠고 내 감정을 숨기기 바빴다. 지금의 특별한 육아 속에 공감은 더 찾아볼 수 없어

"별일 없다" "나는 긍정적인 엄마"라 포장했던 시간들...


이젠 다 털어낸다.

빨래 개듯 다시 꺼내본다.  부끄럽지만 이르는 심정으로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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