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향해 한 모든, 내 순간이 깃든 노력들은
어느새 당연한 것들이 되어버리고 그걸 알아채는 때가 오면
되레 무던한 척 하게 된다.
그 사람이 내게 줄 마음이란 게 남아있긴 한지조차.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저, 어느 순간부턴 나를 위함이 아닌 자신의 마음 편함을 위한
행동들만을 해온 것이 아닌가도.
당신을 위해 살라던 진심 어린 내 말은,
멋대로 침범해 날 휘저어두어도 좋다는 말로 오해되고.
채워도 채워도 공허한 채 늘 내게 만족스럽지 못한 그 사람에게서,
난 점점 지쳐갔던 것 같다.
내 이해와 노력은, 어쩌면 애초부터 무용했던 거다.
끝끝내 그 사람은 나에게 마음을 정한 척, 다짐한 척을 하며 저울질을 했고.
이내, 나를 씹다 뱉은 단물 빠진 껌처럼 느끼게 해 놓고.
나름 미안하니 예쁘게 싸서 차마 쓰레기통에는 버리지 못한다.
눈에 잘 보이는 어느 언저리에 올려두었으니.
'뭘 그리 잘못했는데?'
'너는 왜 나한테만 차가운데?'
'단정하지 마.'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말들.
전부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질문들은 얼음처럼 박혔다.
나는 그 사람이 싫은 건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사람은 족족 내가 싫은 것들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에 끌어들이려 끝끝내 무던히도 애썼다.
그게 기가 찼다.
이해를 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이해를 못 하는 것인지, 더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나 필요한 거 맞지? 없으면 안 되지?'
그 사람이 물었다. 기어코 잔인하다.
이렇게 헤집어놓고, 자신의 존재가 어떤 식으로 남아 있는지를 되묻는다.
당신은, 좋을 대로여서 좋겠다.
종종 던지는 말들에 내가 어디를 다치고
얼마만큼의 피를 흘리는지, 곪았는지 따위 신경 안 쓰는 거 같아서.
오히려 다행이다. 그렇게, 좋을 대로.
나는 상처 같은 거 안 받는 뭐, 무적이라 믿는 모양이니.
.
.
그냥 나는 그래요.
당신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