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무렴 상관없다.
나는 불순물이다.
아주 환영받은 적도 없지만, 없으면 또 늘 애매한.
굳이 없어도 되겠지 싶어 이내 스르륵 떠내려가 주면,
어느새 또 관심인 척 물살을 일으켜 뒷덜미를 잡아끌어 앉힌다.
마냥 피할 수만은 없던, 꾸역꾸역 의무감으로써 이어지는 시간 속
굳이 굳이 연달아 끼워 맞춰둔 관계는 그렇게 날 갉아먹었다.
나는 그렇게 멍한 물속 뭣도 없이 떠도는 불순물 같았다.
부유하는 기분은 좋을 리 없다.
그러다 이내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고 눈치채고 싶지 않아서 내가 한 선택은
스스로가 무던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좀 따스했다고 해서, 상대가 고마워 할리 없고.
내가 좀 웃어줬다고 해서, 상대도 내게 그럴 리 없다고.
내가 아무리 이해와 안녕을 바란다 한들,
그 마음을 모르는 사람은 평생 알지 못한다.
기대치를 낮추는 것.
얇은 유리잔처럼 툭하면 금세 금이 가던 마음은 언젠가부터
흔한 이천 원짜리 플라스틱 컵처럼 충격에 무뎌져갔다.
웬만큼 내동댕이쳐지는 것 따위엔 이제 끄떡없이.
그렇기에 이제 와 한참 기대치가 낮아진 그들이
내게 무신경하다 핀잔을 준다 한들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 좋을 대로, 입맛대로.
내가 어떤 사람이기를 미리 정해놓고 있었다.
착하고, 잘 웃어주고, 무슨 말이든 동조해 주고,
아무렴 괜찮다고 해주는.
이젠 그들이 멋대로 정해둔 만큼의 내가 되어주기 싫어졌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저 얄팍할 뿐인 프레임에 날 가두고 눈속임한 채
얕보았으면서, 그렇기에 함부로 했으면서.
나를 지키기 위해 내겐 더 이상 무엇도 아닌 그들을 향해 심드렁해진다.
그리고 되레 나를 질타한다, 따져보면 예상했던 뻔한 결과.
이젠 아무렴, 상관없다.
그냥, 차라리 불순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