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화 '청설'
영화, 청설(聽說)을 보았다.
유일하게 본 손에 꼽는 대만영화이기도 했고, 좋아하는 영화 타입에 속하는 편이라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고 해서, 궁금하던 차에 친구가 함께 보러 가 자해 주었다.
아마도 친구가 먼저 보러 가자 해주지 않았더라면 미루다 미루다 집에서 혼자 OTT로나 봤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시기가 지나버려 감흥이 좀 덜했을지도.
청설의 간략한 줄거리는, 국가대표를 목표로 둔 청각장애인 수영선수인 동생(가을)을 케어하며 열심히 사는 언니(여름)에게 첫눈에 반한 도시락집 아들(용준)의 직진 로맨스이자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이다.
용준은 대학졸업 후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해 방황하지만 엄마의 강요로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만난 여름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녀를 향해 멈칫함 하나 없이 다가선다.
어쩌면 조금 철없이 보일 수 있었음에도 용준이라는 캐릭터에 실린 적당 무게감으로 설득당한다.
그렇게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용준의 입장에서 여름을 바라보게 되었고.
용준을 적당한 선에서만 그저 친구로 두려던 여름의 입장 또한 후반부에는 이해가 갈 만큼 숨은 이야기가 있었다.
용준은 여름을 향해 지금은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잘 모르겠지만 너를 걱정하는 내가 좋다고도, 네 꿈이 뭐냐고도,
우리 그 꿈을 함께 찾아보지 않겠냐며 제대로 물어봐준 첫 사람이 된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여름은 결국 용준을 거부하며, 내가 너까지 챙겨야 되냐는 말에 오래도록 모른척해왔던 자신의 진짜 속내를 들킨 것 같기도 하다.
용준은 속상했지만 이대로 영영 이별은 싫어서 고민에 빠지고, 여름은 용준과의 대화로 가족 안에서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본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려 귀를 막은 채 사람이 많은 길을 걷고, 물속에 잠긴 채 소리를 차단해 본다.
용준과 여름은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보려 했기에 보채지도 캐묻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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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나도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을 만큼 너른 마음을 갖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마음을 다해 확실하고 너그러이 상대를 기다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고 아니고 그런 것 따위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고 싶은 상대가 나타난다면 기꺼이 그렇게 되고야 마는 것.
그렇게 되면 정말 영화 속 용준과 여름처럼 듣지 못하는 서로를 잘 모르겠다가도, 이내 기어코 전부 보이고 마는 진심들이 사랑스럽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보려 했기에 생긴 오해도, 그래서 웃으면서 결말짓게 될 수 있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지 않을까.
그냥, 들으려다 이내 보이고 마는 그런 순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