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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Aug 13. 2019

이 맛에 여행하는 거 아닙니까!

오로라 여행기 DAY 2

 전 날 잠을 설쳐서 인지 늦은 아침까지 푹 잔 후 맞은 옐로나이프에서의 첫 아침. 호스트가 친절하게 준비해준 따뜻한 커피 한잔과 자극적인 스팸을 얹은 토스트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호스트가 키우는 친절한 강아지 루퍼와 인사한 후 시작한 둘째 날의 첫 일정은 박물관!


 어느 도시를 가든 항상 그곳의 박물관은 꼭 들러야 직성이 풀리는 저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였습니다. 당연히 모든 설명은 영어로 돼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가며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애쓰느라 힘들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그리고 이다음 일정부터는 함께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인 Y. 첫째 날 투어 업체에서 만난 친구로 둘 다 혼자 왔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바로 다음날부터 함께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이 날부터는 얼굴이 배경과 함께 나온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죠. 함께 한 여행의 첫 코스는 주 의회 의사당이었는데, 이 곳 중앙 바닥에는 북극곰의 가죽이 놓여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북극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이어서 들른 곳은 NWT 다이아몬드 센터. 옐로나이프는 과거부터 지금 현재까지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광산도시’입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다이아몬드를 직접 세공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센터를 방문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해설사분의 설명과 영상으로 옐로나이프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죠.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실제로 살 수는 없지만 눈으로 나마 볼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실제로 보면 훨씬 크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친절하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캐나다에서 하루하루 보내면서 실제로 이 곳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옐로나이프도 역시 그 친절 유전자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저와 Y는 올드 타운으로 가기 위해 걷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말을 거시더니 ‘너희 큰 개 본 적 있어?’라고 하시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순진하게 따라갔더니, 차 속에는 개가 아닌 늑대 한 마리가 있었고 주인아저씨는 물지 않는다며 쓰다듬어 보라고 저의 손을 개에 가져다 댔습니다.


센-치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고 항상 키우고 싶어 했지만 ‘늑대만 한 개’를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겁먹은 저와는 달리 Y는 겁 없이 개를 쓰다듬었고, 실제로 상당히 온순했습니다. 용기를 얻은 저도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만져봤는데 그때 찍은 사진에 그 무서움을 감추려 억지로 환하게 웃음을 보이는 게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돼요. 상당히 순한 순둥이 늑대..


 그렇게 친절하게(?) 늑대 개를 보여주신 아저씨를 뒤로한 채 올드 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도시를 가든 올드 타운은 그 도시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신시가지 또한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약간은 낡은 건물과 그 건물들이 이루고 있는 골목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있거든요. 이곳 역시 날씨는 추웠지만 좁은 골목, 골목 옛 옐로나이프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주린 배를 채우는 일입니다. 저 스스로 항상 지니고 있는 마인드 중 하나가 ‘여행하면서 돈 아끼지 말자. 특히 먹는 데는 더.’입니다. 그래서 잡은 일정. 바로 ‘버펄로, 연어 스테이크’


옐로나이프 최대 맛집! 시크한 할머니의 요리를 맛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스테이크 먹어본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인 저로서는 버펄로 스테이크는 꿈조차 꿔본 적이 없는 종류의 음식이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을 붙들고 낡은 식당 안을 들어섰는데 식당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고 빈자리에 겨우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두 가지. 버펄로 그리고 연어 스테이크를 용기 있게 시키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메인 요리 전에 주는 식전 빵도 양이 얼마나 많고 맛있던지 기다리는 시간 조차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음식 등장. 바(Bar) 자리에 앉아 주인 할머니가 직접 만드는 모습까지 다 본 터라 음식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고, 떨리는 마음으로 ‘칼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입.


‘하’


‘말이 필요 없다.’ 


 이 표현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혹시나 염려했던 비린 맛은 전혀 없었고 특제 소스와 함께 어우러진 버펄로와 연어의 맛은 정말 전날 밤에 본 오로라만큼이나 황홀했습니다. Y와 다른 종류의 음식을 시켜 두 가지 모두 맛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이때까지 내 본 음식 값 중에 단연 최고로 비싼 값을 치른 저녁식사였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았으니까요.


식전 빵부터 맛있으면 어떡하라고...
버펄로
그리고 연어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후에 저와 Y는 각자의 숙소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어느덧 해는 지고, 투어 업체 픽업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도 어제와 같은 오로라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며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1분 1초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 날과 마지막 세 번째 날은 ‘오로라 헌팅(Hunting)’을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 가며 오로라가 뜨는 위치를 찾아가게 됩니다. 첫 번째 날과는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차량에 몸을 싣고 도심을 벗어나 빛이 없는 곳을 찾아 달리고 또 달리길 약 30분. 투어 업체 사장님의 인솔을 따라 내렸는데 추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날짜 상으로는 봄이었지만 이곳은 북위 60도. 아무리 봄이라 해도 실제 기온은 영하 25도에 달했고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았습니다. 하지만 추위에 오로라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신념으로 참고 또 참았습니다.


따뜻한 봄 날씨의 옐로나이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12시, 새벽 1시가 다 되었고 오로라가 잘 보이지 않아 장소를 이동하려는 찰나.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의 웅장한 오로라가 머리 위를 가득 채웠습니다. 흔히 움직이는 오로라의 모습을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아래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는데 그 표현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습니다. 커튼보다도 더 얇고 촘촘한 면사포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듯 한 모습이었고, 첫째 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투어 업체 사장님이 사진을 찍어 주시겠다며 오로라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서보라고 말씀하시자마자, 1등으로 뛰어갔고 흔히 말하는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때 찍은 사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그때의 감동과 떨림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떨리고 가슴 설레는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 맛에 여행하는 거겠죠?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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