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여행기 DAY 2
전 날 잠을 설쳐서 인지 늦은 아침까지 푹 잔 후 맞은 옐로나이프에서의 첫 아침. 호스트가 친절하게 준비해준 따뜻한 커피 한잔과 자극적인 스팸을 얹은 토스트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호스트가 키우는 친절한 강아지 루퍼와 인사한 후 시작한 둘째 날의 첫 일정은 박물관!
어느 도시를 가든 항상 그곳의 박물관은 꼭 들러야 직성이 풀리는 저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였습니다. 당연히 모든 설명은 영어로 돼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사전 찾아가며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애쓰느라 힘들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이다음 일정부터는 함께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인 Y. 첫째 날 투어 업체에서 만난 친구로 둘 다 혼자 왔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바로 다음날부터 함께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이 날부터는 얼굴이 배경과 함께 나온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죠. 함께 한 여행의 첫 코스는 주 의회 의사당이었는데, 이 곳 중앙 바닥에는 북극곰의 가죽이 놓여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북극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이어서 들른 곳은 NWT 다이아몬드 센터. 옐로나이프는 과거부터 지금 현재까지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광산도시’입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다이아몬드를 직접 세공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센터를 방문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해설사분의 설명과 영상으로 옐로나이프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죠.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실제로 살 수는 없지만 눈으로 나마 볼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친절하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캐나다에서 하루하루 보내면서 실제로 이 곳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옐로나이프도 역시 그 친절 유전자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저와 Y는 올드 타운으로 가기 위해 걷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말을 거시더니 ‘너희 큰 개 본 적 있어?’라고 하시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순진하게 따라갔더니, 차 속에는 개가 아닌 늑대 한 마리가 있었고 주인아저씨는 물지 않는다며 쓰다듬어 보라고 저의 손을 개에 가져다 댔습니다.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고 항상 키우고 싶어 했지만 ‘늑대만 한 개’를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겁먹은 저와는 달리 Y는 겁 없이 개를 쓰다듬었고, 실제로 상당히 온순했습니다. 용기를 얻은 저도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만져봤는데 그때 찍은 사진에 그 무서움을 감추려 억지로 환하게 웃음을 보이는 게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친절하게(?) 늑대 개를 보여주신 아저씨를 뒤로한 채 올드 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도시를 가든 올드 타운은 그 도시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신시가지 또한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약간은 낡은 건물과 그 건물들이 이루고 있는 골목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있거든요. 이곳 역시 날씨는 추웠지만 좁은 골목, 골목 옛 옐로나이프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주린 배를 채우는 일입니다. 저 스스로 항상 지니고 있는 마인드 중 하나가 ‘여행하면서 돈 아끼지 말자. 특히 먹는 데는 더.’입니다. 그래서 잡은 일정. 바로 ‘버펄로, 연어 스테이크’
한국에서도 스테이크 먹어본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인 저로서는 버펄로 스테이크는 꿈조차 꿔본 적이 없는 종류의 음식이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을 붙들고 낡은 식당 안을 들어섰는데 식당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고 빈자리에 겨우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두 가지. 버펄로 그리고 연어 스테이크를 용기 있게 시키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메인 요리 전에 주는 식전 빵도 양이 얼마나 많고 맛있던지 기다리는 시간 조차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음식 등장. 바(Bar) 자리에 앉아 주인 할머니가 직접 만드는 모습까지 다 본 터라 음식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고, 떨리는 마음으로 ‘칼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입.
‘하’
‘말이 필요 없다.’
이 표현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혹시나 염려했던 비린 맛은 전혀 없었고 특제 소스와 함께 어우러진 버펄로와 연어의 맛은 정말 전날 밤에 본 오로라만큼이나 황홀했습니다. Y와 다른 종류의 음식을 시켜 두 가지 모두 맛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느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이때까지 내 본 음식 값 중에 단연 최고로 비싼 값을 치른 저녁식사였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았으니까요.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 후에 저와 Y는 각자의 숙소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어느덧 해는 지고, 투어 업체 픽업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도 어제와 같은 오로라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며 세상 모든 신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1분 1초를 보냈습니다. 두 번째 날과 마지막 세 번째 날은 ‘오로라 헌팅(Hunting)’을 하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 가며 오로라가 뜨는 위치를 찾아가게 됩니다. 첫 번째 날과는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차량에 몸을 싣고 도심을 벗어나 빛이 없는 곳을 찾아 달리고 또 달리길 약 30분. 투어 업체 사장님의 인솔을 따라 내렸는데 추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날짜 상으로는 봄이었지만 이곳은 북위 60도. 아무리 봄이라 해도 실제 기온은 영하 25도에 달했고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았습니다. 하지만 추위에 오로라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신념으로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12시, 새벽 1시가 다 되었고 오로라가 잘 보이지 않아 장소를 이동하려는 찰나.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의 웅장한 오로라가 머리 위를 가득 채웠습니다. 흔히 움직이는 오로라의 모습을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을 아래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는데 그 표현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습니다. 커튼보다도 더 얇고 촘촘한 면사포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듯 한 모습이었고, 첫째 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투어 업체 사장님이 사진을 찍어 주시겠다며 오로라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서보라고 말씀하시자마자, 1등으로 뛰어갔고 흔히 말하는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때 찍은 사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그때의 감동과 떨림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떨리고 가슴 설레는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 맛에 여행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