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여행기 DAY 3
이틀 연속 황홀한 오로라를 봤다는 생각에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지만, 옐로나이프로 출발하기 전날 밤까지 일을 했던 탓에 제 몸은 피로로 찌들어 갔습니다. 그래서 이전 날들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점심때가 지나서야 시작한 셋째 날의 첫 일정은 ‘개 썰매!’. 눈밭을 개들과 함께 달리다니, 상상만 해도 떨렸습니다. 사실 개 썰매 투어 비용이 저와 같은 가난한 여행자에겐 비싼 금액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고민했지만, 이곳까지 왔는데 돈 때문에 망설이는 제 자신이 싫어서 ‘어차피 돈은 여행 전에도 없고, 여행 후에도 없다.’라는 생각으로 급하게 예약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역시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 결정을 한 제 자신이 대견했습니다.
숙달된 개들의 질주는 물론이고, 양 옆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옐로나이프의 눈 덮인 자연은 잠깐 고민했던 그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개 썰매 말고도 얼음 미끄럼틀, 설피 체험, 마시멜로 구워 먹기 등 다양한 활동들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 있었던 이곳에서의 마지막 낮 일정도 스펙터클 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오로라.
‘과연 3일 연속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걱정이 제 머릿속엔 가득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보지 못했다는 오로라를 나는 이미 2일 연속으로 봤는데, 남은 하루까지 보려고 하는 건 혹시 욕심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또 보고 싶었거든요.
지금 보지 않으면 내 인생에 또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욕심에 응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옐로나이프의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습니다.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또 순식간에 사라지는 오로라.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칠 새라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좇아가기 바쁜 사람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만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는 저와 다른 여행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행이 가진 힘이 이거구나.’라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에 많은 정의를 내립니다. 누구에겐 현실도피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구에겐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도록 해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어떤 정의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여행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몸은 비록 힘들고 지치더라도 마음만은 풍족한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여행을 마치고 내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가 침대에 털썩 누우며 ‘아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그 여행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이 옐로나이프 여행이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한국을 떠나 캐나다라는 미지의(?) 세계로 온 것도 모자라, 정착한 도시에서 적응할 새도 없이 이번이 아니면 평생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불안하기도 했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과 걱정은 머리 위를 춤추는 오로라의 손길 한 번이면 씻겨 내려갔고, 어느새 아무 걱정 없는 진정한 ‘여행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꼭 다시 와야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아니면 그 누군가가 되었든 그때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함께 느껴야겠다고 말입니다. 옐로나이프 여행은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버킷리스트만으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해 준 여행이었고, 자연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끼게 해 준 여행이었으며, 그다음 새로운 여행지를 고민하게 해 준 마중물 여행이었습니다.
저는 3박 4일 동안 환상 속에서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