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s day in Canada
아무리 좋은 외국인 친구들과 가끔 시간을 같이 보내고, 휴무 때마다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닌 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 있습니다. 바로 ‘외로움’.
20살 성인이 된 후부터 줄곧 혼자 살아와서 어느 정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익숙해져 왔다고 생각했지만, 외국에서 느끼는 그 감정의 깊이는 제 예상보다 깊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기까지 제 귀는 항상 초긴장 상태였어요.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그들이 하는 말은 그저 한 귀로 들어와 다른 한 귀로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일쑤였고, 제가 하고자 하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선 머릿속으로 온갖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고 난 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외로움’이라는 무서운 감정의 괴물이 저를 집어삼키곤 했죠.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로 지내온 제 몸에 그 괴물이 다가오기란 너무나도 쉬웠고, 스스로 이겨내기에 가끔은 버거웠습니다. 몇몇 연락하고 지내는 한국 지인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아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남들은 토익, 토플은 물론이고 해외봉사에 인턴에 남들에게 인정받는 스펙들을 쌓느라 바쁜 시기에 이 곳에 와 지내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가지고 온 파도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내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은 없는 것 같았고, 이 거대한 나라에서 나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거대한 벽 안에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죠.
이 날도 그런 날 중의 하루였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정의 골짜기에 가장 깊숙이 빠졌던 날인 것 같네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는데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어버이날이 있듯, 이곳에도 ‘Mother’s day, Father’s day’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제 어머니의 생신도 5월에 있죠. 한국과 캐나다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생일을 제시간에 맞춰 축하해 주기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제 어머니의 생신은 양력이 아닌 음력으로 하시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는 도저히 되지 않아 인터넷의 도움으로 계산해가며 생신 축하 전화를 드려야만 했죠.(결과적으로 생신보다 하루 먼저 축하해드렸습니다. 분명히 정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출근길에 버스에서 내려 어머니와 짧게 통화했습니다. 분명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드린 전화인데 오히려 어머니는 제가 잘 먹고 다니는지, 너무 스트레스받고 있는 건 아닌지, 사진을 보니 살이 너무 빠진 것 같다며 일이 너무 고된 것 아닌지.. 속사포로 걱정을 쏟아내셨습니다.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환한 목소리로 축하해 드리고 싶었던 저의 목적은 실패로 돌아간 지 오래였습니다.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리기 바빴고 그러고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길에서 말이죠. 다 큰 어른이 길가에서 울다니.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정말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외로움’이라는 그놈이 저를 덮쳐버렸습니다. 혼자 온 것 이 아니라 ‘그리움’이라는 친구까지 데리고 와버렸죠. 외로움과 그리움. 이날은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누가 볼 새라 급하게 눈물을 닦고 어김없이 출근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고 동료들과 평소와 다름없이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입으로는 굿모닝이라고 말하지만 마음은 굿모닝이 아닌 그런 아침.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털어놓는다 한들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더 외로운 날이었습니다.
외로움은 나이가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오히려 가끔은 더 커지는 감정인 듯합니다.
극복하려고 하기보단 친해지는 편이 오히려 빠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