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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Sep 13. 2019

사람이 먼저인 나라

한국일까 캐나다일까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언제나처럼 뒷자리에 앉아 자주 듣던 노래와 함께 평화로운 창 밖으로 ‘오늘도 무사히’를 속으로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때 유모차 한 대와 어머니 한 분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 곳에서는 너무나도 평범한 그림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정류장 지나 새로 한 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한 대. 총 세 대의 유모차가 한 버스에 올랐습니다. 유모차가 들어올 때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양보했고 어느덧 버스 앞쪽은 3대의 유모차로 꽉 차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버스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학교 가는 길, 학원가는 길 그리고 일하러 가는 길 모두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해서 다니곤 했죠. 지하철에는 가끔 유모차를 끈 어머니 혹은 아버지, 휠체어를 탄 장애인 분들을 볼 수 있었지만 버스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저상 버스라고 적혀있긴 했지만 말뿐인 저상 버스였을 때가 대부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이곳은 달랐습니다. 보행기를 끌고 오르는 어르신부터 시각장애인, 유모차, 그리고 안내견 까지. 우리가 흔히 ‘교통약자’라고 생각하는 모든 분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정말 ‘대중’ 교통이 되는 순간을 한 두 번 느낀 게 아니니까 이들에겐 이 모든 게 일상인 것 같습니다.


 꼭 버스 안이 아니더라도 장애인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적은 캐나다가 장애인 비율이 월등히 높은 걸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들이 일상을 누리는데 불편함이 덜하기 때문에 모두가 누리는 ‘일상’을 함께 누리고 있는 것일 겁니다. 인도가 끝나는 부분엔 항상 차도의 높이에 맞게 연석이 조절돼있고, 모든 건물들의 입구엔 휠체어를 탄 사람의 시선에 맞게 자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횡단 신호가 바뀔 때면 항상 알림음이 크게 울려 누구든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하였고, 자전거 도로는 주정차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도로가 아니라 도로의 주인으로 당당히 조성돼있습니다. 그리고 버스 앞쪽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따로 장치도 마련되어 있고요.


 캐나다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부분만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나쁜 것만 가지고 있다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오히려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아주 월등히 앞서가고 있다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인식에 있어서는 이들이 우리들보다 조금은 앞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들이,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이 사회가 부럽기도 합니다.


 듣기 힘든 이야기 일 수 있겠지만 비장애인은 미래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혹은 지병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겪을 수 있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는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사랑하는 가족 또는 친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진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무엇일까요?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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