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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Nov 24. 2019

아들이, 사랑하는 엄마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엄마

엄마 아들 용진이야.

편지를 써야지 써야지 해놓고 이제야 쓰는 나의 게으름을 용서해 주길 바라.

지금 이 곳은 많이 추워.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가끔 바람이 너무 서럽게 많이 불어서 슬프기까지 해. 엄마가 있는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국 뉴스를 보니 이제 첫눈도 내리고 진짜 겨울이 찾아온 것 같던데 감기는 걸리지 않았나 걱정된다.

사실 난 지금 감기 걸렸어.

근데 감기 걸렸다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옆에 없어서 참 서럽고 외롭네.

엄마가 옆에 있었다면 우리 아들 열은 안 나는지 이마에 손도 얹어 볼 거고, 목이 많이 약하니까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물도 데워 줄텐데. 여기는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없어.

목이 너무 아파서 목소리가 갈라지는 데도 일은 해야 하고, 손님들한테는 친절해야 해.

내가 선택해서 이 곳에 왔고, 많은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는데 이렇게 가끔 아플 때면

집 놔두고 왜 외국까지 나와서 사서 고생하고 있나 싶기도 해.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이곳에 와서 이런 경험도 해보고, 고생도 해보니까 엄마가 건네주던 그 말 한마디, 그 따뜻한 물 한 잔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게 되는 것 같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참 어렵다 어려워.

이제 나이는 서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데 왜 마음은 더 어려지는 것만 같은지

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엄마한테 더 투정 부리고 싶고 엥기고 싶은지 모르겠다.

누가 보면 아직 철도 안 든 어린애인 줄 알겠다 하하.

그게 뭐 어때, 남들이 그렇게 보든 말든 내가 그러고 싶은걸!

엄마, 처음 캐나다로 1년 동안 떠난다고 했을 때 응원해 주던 엄마의 그 말을 절대 잊지 못해.

어쩌면 지금까지 이 곳에서 혼자 살아간 것도 그 응원과 기도 덕분에 살아왔는지도 몰라.

아니 분명 그 덕분일 거야.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길로, 내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게 최고의 길이라고 가르쳐 줘서 항상 고마워.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나에게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 최고의 엄마야.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엄마는 그 누구보다 형과 나에게 최선을 다했고, 지금 이 순간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엄마가 젊었을 적 지금 내 나이 즈음되었을 때 이미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었겠지.

형이 생기고, 내가 생기고.

수많은 힘든 시간들을 견뎌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

나는 지금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벅차고 힘든데

그 어린 나이에 두 아들을 키워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그 고마움은 평생 갚아도 못 갚겠지?

가끔 엄마가 손목이 아프다고 할 때마다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 가슴이 너무 아파.

나를 낳자마자 산후조리할 새도 없이 바로 다시 일을 하고, 또 일을 하고..

여자가 아기를 낳을 때는 뼈가 다 뒤틀리고 부서지는 고통이 따른다는데

분명 엄마도 그런 고통이 따랐을 텐데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해.

앞으로 더 더 잘할게!

내가 이 곳에서 하루하루 일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면 가끔 어렸을 때 생각을 하곤 해.

어렸을 땐 소풍날 새벽에 엄마가 싸주는 김밥이 너무나 당연했고,

더운 여름날이면 매일 밤 보리차를 끓여 병에 담아 얼려두고, 아침에 챙겨주던 그 얼음물도 너무 당연했어.

다른 엄마들도 다 그렇게 해주는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엄마는 우리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렸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했어.

회식 있는 날이면 혹여나 막내아들 저녁 굶을까 회식 장소로 가기 전 집에 들러 저녁밥을 차려놓고 나갔지.

그게 너무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26살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어.

엄마.

혹시 엄마 마음속에 더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절대, 절대, 그런 마음 갖지 말아.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아니 그 이상의, 이상의, 이상의 사랑을 나에게 주었고,

나는 그 사랑을 받아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었어.

사람들 그런 말 많이 하잖아.

다음 생에 태어나면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이번 생에 받은 사랑 다 돌려주겠다고.

근데 엄마 나는 그 정도 효자는 못 될 것 같아.

만약 다음 생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엄마.

다시 한번 내 엄마가 되어줘.

그때도 소풍날 새벽에 김밥 싸는 엄마 옆에 앉아,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꽁다리 주어 먹는 아들이 되고 싶고,

엄마가 하는 떡볶이는 왜 파는 떡볶이 맛이 나지 않느냐며 투정 부리는 아들이 되고 싶어.

엄마.

나의 엄마가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나는 내가 엄마 아들이라서 참 다행이야.

엄마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해.

우리 앞으로 더 행복하자.


Ps. 어렸을 때 엄마 다리 무다리라고 했던 거 미안해!


2019년 11월 2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하고 존경하는 절친, 막내아들 용진 올림.






@victor_yongjin


사진 출처 : 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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