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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연 Jun 30. 2022

들꽃영화제 《미싱 타는 여자들》

영화제 글 쓴 김에 연달아 써보자면

지난 5월에 들꽃영화제에도 다녀왔다.


들꽃영화제는 《기생충》 영어 자막 번역으로 유명세를 탄 달시 파켓이 만든 한국 독립 영화제다.

함께 운영하는 들꽃영화상 후보작을 몇 주에 걸쳐 상영하고, 그중 수상작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내가 본 영화가 대상을 수상했다!)


나는 그중 《미싱 타는 여자들》을 보러 갔다.

개봉했을 때 주변에서 호평이 많아 궁금했는데 때를 놓쳤던 것이다.

영화제 소식을 듣고 예매를 하려고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았는데 정보가 없었다.

알고보니 현장 선착순 입장이라고.

멀리까지 갔는데 들어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관객이 거의 없었다.

나와 일행을 포함하여 10명이 안 된 것 같다.

이런 좋은 취지로 열리는 행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70년대 동대문 근처 미싱 보조로 일하며 야학과 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였다.

특히 숙희, 순애, 미경이라는 3명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초등학교 때 배운 조합을 잊지 않고, 노조 간부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짬을 내서라도 공부하고 싶어 야학에 다니는 사람,

그저 꾸미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고 싶었을 뿐인 사람 등 제각각 다른 이들이었다.

이렇게 꿈많고 반짝이는 이들이 경제형편 또는 여자가 배워서 뭐하냐는 사회 인식으로

어린 나이에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렸던 것이다.

1977년 9월 9일, 유일한 숨통이었던 야학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 사수 운동을 하다 그들은 강제 연행 당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을 기다리면서 많이 배운 판사님들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희망을 가졌을 정도로 순수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북한의 9.9절과 엮이며 그북한 지령을 받은 공산주의자로 몰리게 된다.

그중 한 명은 감옥에 갈 나이가 되지 않아 경찰이 주민등록번호를 임의로 작성해 나이를 올렸는데도 겨우 16살이었다.

혐의가 얼마나 어이없는지를 알 수 있다.

어린 그녀가 감옥에서 겪은 곤혹을 말할 때, 그리고 끝에 여성 노동 운동가들이 나와 젊은시절의 본인 사진을 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오랜만에 모인 그들이 함께 젊은 날 불렀던 노래를 합창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과연 지금의 현실은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있게 말할 수 없어 더 착잡했던 것 같다.

영화 보기 전 들른 창신동 봉제거리

영화에서는 여성 노동 운동가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업도 등장했다.

초상화가가 개개인의 젊은시절 사진을 바탕으로 각자 본인이 기억고 싶은 모습을 인터뷰해 그림을 완성했다.

같은 날 영화제에 가기 전 창신동에 위치한 여성역사공유공간 여담재에서 《독립여성운동가 33인전》을 보았는데 그것과 겹쳐지기도 했다.

초상화 자체로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의미이지만,

수동적인 존재 혹은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위해 힘쓴 존재로 석을 덧붙일 수가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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