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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주연 Jul 07. 2022

종이 한 장의 힘

감정서가 & 포셋

지지난 주말 일요일에 송파책박물관에 갔다면

토요일에는 감정서가를 방문했다.

600여 장의 감정카드가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예약제라서 조용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남자친구와 나 빼고는 이용하는 사람이 한두 명밖에 없었다.

숫자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공간이 워낙 넓고 글쓰기에 집중을 하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감정서가는 '서가'라기에는 책도 별로 없고

읽기보다 쓰기에 특화된 공간이었다.

전시된 다른 이들의 감정카드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써볼 수 있는 곳이다.

사실 기분이 좋다, 나쁘다 정도로 밖에 표현을 못하는 나이기에

미묘한 감정을 살린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곳인가 기대했다.

카드에 각 단어와 사전적 해설, 그리고 사람들마다 내놓는 다양한 신박한 해석이 담긴 문장 등이 적혀 있을 줄로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마 카드를 작성한 이가 꽂혔을 책 속 한 구절이나 명언이 적혀 있어 아쉬웠다.


대신 『감정백과사전』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는데

코로나 시대에 자신의 내면을 탐구할 수 있게 진행한 비대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시민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와 그에 대한 글을 받아 실은 것이다.

같은 단어에 대한 종이사전과 콜라주사전으로 이뤄진 것이 흥미로웠다.

이 프로젝트는 미완이라며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써보라고 제안을 한다.

나도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써보았다.

바로 초조.. 글은 부끄러우니깐 잘 안보이는 사진으로 올린다.
필기구가 이렇게 아름다울 일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서가가 있는 곳도 최근 방문했다.

바로 Postcard Library를 기치로 문을 연 포셋이다.

말 그대로 엽서를 모아놓은 곳으로 별 거 아닌 기획 같은데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

문구점이나 서점에 가면 엽서 코너가 자그맣게 있긴 하지만 엽서만을 위한 공간이라니 전시 작품을 감상하듯 둘러볼 수 있었다.

개성이 뚜렷한 여러 작가들과 제작사의 엽서들 중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곧 다가올 기념일떠올리며,

그들에게 어울리는 엽서(카드)를 하나하나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작가 예진문의 전시도 진행 중이었다.


여기에도 앉아서 끄적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방문일이 남자친구 생일이기도 했는데 괜히 미리 써놓은 카드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이 카드는 바로 근처에 있는 글월(편지를 높여 부르는 순우리말로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상점)에서 이전에 구입한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갈수록 이렇게 잠시 숨을 돌리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간 소중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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