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해석을 열어두며
흥미로운 작품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다. 관람자의 주의를 끌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 흥미롭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작품 자체로만 흥미를 이끌 수도 있고, 영감과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렇게 흥미로운 작품이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말레비치의 <쉬프레 마티즘>을 보자. 힘 바탕에 검은 사각형 하나가 덩그러니 그려져 있다. 몇몇 관객들은 이것이 과연 예술일까 물음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모방과 재현을 탈피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묘사의 자율성에 관한 결과로써 의미가 있다. 말레비치는 예술가는 대상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더 고차원적인 에너지를 자극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레비치가 표현하고 싶은 자율성은 자유의지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자유롭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말레비치는 '자유'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며, 온전한 자유로움을 위한 예술을 선보였다. 자유란, 역사나 전통, 현재의 관습들이 지정해준 질서의 프레임으로부터 일탈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레비티는 상징에서 탈피한 작품을 그려내며, 작품 자체가 예술이 된다고 발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말레비치의 <슈프레 마티즘>은 정직하게 자유롭다. 말레비치에게 흥미로운 그림이란 예술의 독립성, 창작의 자율성이 인정된 순수한 상태로 작품을 의미했다. 대상과 이미지라는 프레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진 작품을 완성하며, 말레비치가 생각하는 '흥미로운 그림'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 회화작가 글렌 브라운은 '흥미롭다'를 다르게 정의했다. 글렌 브라운에게 흥미로운 그림이란, 예술작품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미술사와 대중문화의 결합을 시도하며, 과거의 작품들을 차용하고 연구했다. 그렇게 새롭게 재해석해서 완성한 작품은 아래와 같다.
글렌 브라운은, 네덜란드 화가 고버트 플린크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과거 미술사를 대중문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글렌 브라운은, '그림을 완전히 새로 그려낸다는 것은 난센스다'라고 표현했다. 설사 꿈속의 그림들일지라도 그것은 현실(reality)을 기반으로 한다는 주장이었다. 글렌 브라운의 초상화들은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불안한 느낌을 자아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분위기는 그의 표현방식에 기초한다.
글렌 브라운은 미(美)와 추(醜)를 동시에 활용해 작품을 완성한다. 평화로운 대상을 비극적인 색채로 표현하고, 음란함과 숭고함을 동시에 그려낸다. 글렌 브라운의 이런 역설적인 방식은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다. 글렌 브라운은 야수파의 색상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초현실주의적인 대상, 즉 꿈과 무의식을 표현해내기 위해 다양한 색채를 활용했다.
이렇듯 글렌 브라운은 과거 예술 기조를 이어나가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창조해냈다. 글렌 브라운에게 흥미로운 그림이란, 과거의 재창조, 미술사와 현대의 만남인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사진가인 마르틴 데 파스쿠 알레는 '흥미롭다'의 해석을 '새롭다'로 정의했다. 그는 포토샵을 이용해 초현식적인 사진작품들을 완성한다.
마르틴 데 파스쿠 알레는 우리에게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한다. 어떤 대상이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엉뚱한, 혹은 일반적으로 조합될 수 있는 전혀 다른 사물을 배치한다. 이러한 그만의 배치법은 전혀 다른 낯선 느낌을 자아낸다. 마르틴 데 파스쿠 알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평상시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인 충격은 인식의 충격이 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내면의 심리를 흡수하며 생격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마르틴 데 파스쿠 알레가 관객에게 원하는 반응은 이런 것이다. 관객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것. 그는 흥미롭다를 새롭다로 정의했고, 작품을 통해 그 흥미로움을 관객들에게 즐겁게 선사한다.
미술사에서 '흥미롭다'의 기준은 계속 달라져왔으며, 작가마다의 해석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단순히 회화작품을 넘어, 사진, 공연, 음악에서도 '흥미롭다'의 기준은 하나로 제한될 수 없다. 예술이 더욱 세분화될 수록, 흥미롭다는 정의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사람마다 그 기준이 각기 다를지라도, 우리가 흥미로운 그림에 물음을 던지고 계속 해답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예술의 발전은 지속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