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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Dec 27. 2018

환기미술관 산책.

서울일기



부암동은 생각보다 멀었고, 환기미술관은 조용하고 잔잔했다.


김환기 (Whanki Kim), 1913년 한국에서 출생해서 60여 년 평생을 그림만 그리다 1974년 뉴욕에서 별세한 한국의 1세대 추상미술화가. 코튼에 유채, 캔버스에 유채, 종이에 과슈, 종이에 색연필, 콜라주를 이용한 그림이 다수인 환기미술관에서의 그림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모던하고 감각적인 색감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웅장한 그림들이라기보다 꽉 차게 깊이 있는 색감들, 그러고 보니 그림들이 전시관과 닮아있다. 얼핏 보면 소박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결코 소박하지 않은 묵직함이 곳곳에 배어있는 곳.

그림 한 점 한 점 모두 좋았지만, 수향산방에 특별전으로 기획되어있는 해와 달과 별들의 얘기 (The story of the Sun, moon and stars) 전시가 특별히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건, 수화 김환기가 마음 꾹꾹 담아 눌러쓴 향안을 향한 애정 어린 손편지 때문 일터,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그림편지 한 장에 담기니 작품이 되어버렸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편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것만 봐도 다 같은 마음이었지 싶다.


수화의 사소한 드로잉 하나하나가 모여 작가의 예술적 뿌리와 사상을 보여주던 환기미술관, 담쟁이넝쿨이 건물 밖으로 주욱 연결되어 있어 더 운치 있었던 이곳을 추천해준 이에게 고맙다.


부암동은 해가 잘 드는 날이 좋은 날 다시 와보고 싶다. 날이 추워 차로 휘릭 휘릭 건너다녀 부암동 동네 운치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내 재산은 오직 '자신'뿐이었으나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그 길밖에 없다.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으로 가득 차다.

김환기, 1967년 10월 13일



2018년 12월 2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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