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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Dec 31. 2018

2018년 마지막 날.

서울일기



2018년 12월 31일 오전 11:32분 — 꼭 해야만 하는 진료예약을 늦게하는 바람에 대학병원 당일 접수도 겨우겨우 빌다시피 하여 4시간 넘게 나의 2018년 마지막 날 아침시간을 병원에서 허비하고 있다. 병원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이렇게 일기까지 끄적이고 있는데 아직도 내 이름은 불리질 않는다. 지겹고 따분해... 하는 와중에 아주 깡마른 여자분이 자꾸 분주하게 앞을 왔다 갔다 하시네. 뭐가 저리 분주하실까 싶어 보니 종이컵에 물을 연신 받아다 연세가 노하신 어머님께 정성스럽게 떠다 드린다. 어머니는 그런 딸도 목이 마를까 물을 남겨 '너도 마셔'라는 손짓을 꼭 끝마디에 하셨다. 그렇게 그 둘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조금 멀리 있어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냥 그 따뜻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분명 오늘 아침에도 보고 나왔는데 나는 늘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그런지, 내 마음 안에는 엄마와 나의 거리가 늘 9,000km 이상인 것 같다. 문득 슬퍼진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같다면 물리적 거리는 괜찮다 생각했는데, 이젠 물리적 거리가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 답이 없다.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특별하다면 특별한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놀랍도록 별 생각이 없다. 차라리 이게 낫지 싶다. 며칠 전 만난 누군가로부터 새해에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곰곰이 생각하다 3가지 정도를 말한 것 같다. 꼭 이루고야 말겠어! 라기 보단, 나를 잘 다독이며 균형 있게 앞으로 한발 나아가는 삶이길 바라본다. 


2018년 한 해 동안 나에게 힘을 주고 말벗이 되어준 모든 이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2019년에는 서로 더 조화롭고 반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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