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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Mar 20. 2024

9년만에 갖게 된 인형

네가 세상의 중심이냐?

2014년, 딸이 초1이었을 때, 내가 키플링 보라색 미니 크로스백을 하나 샀다.


키플링에는 가방마다 미니 고릴라 키링 인형이 시그니처로 달려있다.

새 가방을 사서 딱 매는데, 인형을 좋아하는 초1 딸이 그 고릴라 인형을 달라고 했다.


아니, 키플링의 시그니처가 바로 이 고릴란데, 이걸 달라니.


"안돼, 이건 엄마꺼야!"


그랬더니 애가 자기도 저 고릴라 인형을 갖고 싶다며,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엄마인 나는 우는 아이에게 이 인형을 줬을까?


아니, 난 주지 않았다.


9년의 시간이 흘러 흘러 2023년 딸은 고1, 17세가 되었다.


버릴 물건들을 좀 버리고 대청소겸 집정리를 싹~하다가 낡아서 헤어진 키플링 가방도 버리기로 했다.


재활용장에 들고갈 짐들이 너무 무거워 딸에게 같이 좀 들어달라고 했다. 1층에 내려가 짐들을 차례차례 재활용통에 담는 그 순간, 딸의 한 마디.


"엄마, 이 가방 버리는거야? 그럼 나 이제 이 인형 주면 안되?"


와...9년만에 이 인형을 기어이 가져가는구나!!! 갖고가라, 갖고가.


딸은 고릴라 인형을 떼어 집으로 가져와, 자기 가방에 매달았다.


매달린 인형을 보고, 둘이서 예전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웃었다.




인형 그게 뭐라고 그냥 하나 주면 될걸, 나는 왜 아이를 울리면서까지 주지 않았냐.


'우겨도 안된다는 것을 아이는 배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는 공식적인 명분과 내 인형이니까 나도 주기 싫었다.(유치하지만 엄마 맞습니다)


형제가 없는 외동이라 집에서 자기걸 뺏기거나 갖고 싶은걸 못갖는 일이 잘 없을텐데 유치뽕짝 철딱서니 엄는 엄마로 인해 아이는 이런걸 좀 그래도 배웠다.


내가 아이 초1때 자주 했던 말이 "니가 세상의 중심이야?" 였다. 아이의 행동으로 좀 화났을 때 자주 했던 말이다.


손타서 눕지 않던 신생아~돌때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이후로 가장 힘든 시기를 꼽으라면 초등 1~2학년때가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던 것 같다.(하지만 이 때 바짝 잘 잡아놓으면 앞으로 쭉~편하다)


학교 가면서 내가 몰랐던 아이 모습이 불쑥 불쑥 나타나고, 그런 것들로 엄청 훈육하고 진을 빼느라 힘이 들었었다.


2023년 유퀴즈에 나온 조선미 박사님께서 요즘 가정들의 문제가 '집안의 중심이 아이로 돌아가고, 아이도 본인이 가족의 중심이다'라고 생각하는게 문제라고 하셨을때 무릎을 쳤다.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라!

-조선미 박사-

외동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요즘 부모들이 꼭 기억해야 할 말이다.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좀 이기적인 엄마다 보니 자연스레 가르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 잘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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