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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Apr 09. 2022

(당분간은) 자기 계발을 포기하겠습니다.

직장을 옮기고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4년간은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했었어요.


식물 유래 천연물 소재 전문가라는 평생의 꿈을 깨버리고 스타트업에서 건강기능식품 개발자로 전향했다가 다시 천연물 소재 전문가가 되어야겠다 싶어서 돌아갔다가 소재 분석 및 브랜드 매니저로 마케팅 및 기업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었고 돌아 돌아 지금은 아예 새롭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도전했던 4년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평생을 바이오 분야에 있다가 IT분야와 협업을 해보기도 하고, 디자인을 배워 GTQ 1급 자격증도 획득했고, 기업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했고,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기도 했고, 기술가치 평가를 위한 일을 하다가 지식재산능력 5급도 얻고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도 도전했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아로마테라피 교육을 받고 자격도 갖추고, 브랜딩에 대해 배우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에도 도전을 했었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기회는 넘쳐났으며,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었고, 30대 후반의 저는 의욕이 넘쳐흘렀습니다.


모든 도전을 다 성공했던 건 아니지만 도전 자체가 짜릿하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니 도전하고도 실패가 아쉽고 아프지 않았던 것은 또 다른 기회가 넘쳐흘렀기 때문인 것 같네요.


지난 4년 정도는 스스로를 Multipotentialite라 부르며 내가 해 볼 수 있는 모든 일에 도전했었습니다. 오는 기회 안 막고 다가오는 역경은 노력으로 깨부수며 앞으로 나아갔죠. 그동안은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내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작년에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새로움에 도전하면서 업무에 치이고 치여 새로운 도전은 모두 접어두었습니다. 집중에 집중을 더해 정신없이 7개월을 보내고 나니 요즘은 도태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주변을 살짝 둘러봐도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고 있고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잊은 채 홀로 뒤처지고 있는데! 과연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지 많이 무서웠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삶의 활력을 찾아야만 했는데 업무수행에 모든 체력을 다 쏟아붓고 집에 와서는 지쳐 늘어지는 삶이라니. 아 나 도태되고 있구나!

이런 공포감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비워야 새로움이 채워지는 법.

당분간은 마음을 비우기로 했어요.

비워낸 마음에는 여유와 감정을 담을 예정입니다.


새로운 기회가 많고 기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기회를 성공으로 연결시키려면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 집중의 핵심은 나에 대한 집중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발맞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급함이 가득해서 세상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태되고 있다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비우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런 감성적인 것들과 여유를 채워 넣고 지금 이걸 해야만 한다는 남들의 주장이 아닌 나와 내 삶에 집중하는 생활을 가지려 합니다.


번잡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인강을 듣고, 논문을 읽는 것보다는 흐르는 강물소리를 들으면서 오늘의 피로를 흘려보내고 집에 돌아가서는 함께 밥 먹고 산책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집중해야겠어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 동안 함께를 놓친 것 같습니다.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여유롭고 인자한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분간은 자기 계발은 내려두고 조급했던 마음에 여유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가득 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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