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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Nov 20. 2022

일등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어려서는 굉장히 오만하고 교만하고 이기적이었습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실험을 잘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는 똑같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자질구레하다 싶은 일들은 하기 싫었습니다.

누구나 자질구레한 일은 싫어하지만, 어렸던 저는 그걸 숨기지도 않았고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사람이 짱이고 실험실에선 실험 잘하는 사람이 짱이라는 마음으로 공부도 실험도 다 잘하는 나는 단체생활까지는 굳이 안 해도 된다 생각했고 행동으로 실천했었지요.


단체생활이 싫으니 과제를 같이 하지도 않고 동기들은 시험기간에 모여서 공부하는데 거기엔 끼지도 않았습니다.

혼자 겉돌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쉽게 무시하고 내 맘대로 행동하곤 했었죠.


어느 날 교수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일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셨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죠. 하고 한 순간 교수님께서는 2, 3, 4, 5, 6, 7, 8등은 다 노느나 걔네들도 열심히 한다. 하셨어요. 그래서  머리가 좋으면? 공부를 오래 하면? 운이 좋으면? 이렇게 대답해봤지만 모두 다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1등을 하려면 2, 3, 4등이 있어야 내가 일등이 될 수 있는 거지 혼자라면 1등이면서 꼴찌니까 1등일 수 없다 하셨죠.  1등을 하려면 2등이 있어야 하고 1등이 빛나려면 꼴찌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2등도 그리고 꼴찌도 각자의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한 거고 때로는 2등이 1등보다 꼴찌가 1등보다 더 많이 공부했는데도 어떤 다른 이유 때문에 1등이 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요.


짧게 나눈 얘기였는데 아주 오랫동안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졸업 후 취업 5년 차에는 직장에서 교만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해서 이끌어간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니 혼자 잘하는 것의 힘은 크지 않지만 함께 어우러져서 잘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해가 뉘엿뉘엿 지는 일요일 오후. 문득 일등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시 한번 적어보는 이유는 지난 금요일 돌아가신 교수님이 그립고 생각이 나서입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교수님께 이런저런 보살핌도 많이 받았고 싫다고 투덜거렸으면서도 교수님 덕분이 갖게 된 자격증과 교수님 덕분에 도전해봤던 어학공부 과정도  스쳐 지나가고요.


괴짜로 유명하셨던 교수님과의 추억이 많진 않지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 중 잊지 않고 새기고 있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심장에 열이 차서 빨리 죽는다. 열심히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즐기면서 해라.


여자가 큰일 하려면 많아 먹고 힘내야 한다.


하기 싫다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기회 걷어차지 말아라. 누군가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기회다.


아무데서나 노력하지 말고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 함께해라.


일등 하려면 꼴찌가 있어야 한다. 너보다 많이 노력하고도 이길 수 없는 사람들의 노력을 쉽게 보지 말아라.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해라. 감사하다는 말은 정말로 감사할 때만 하는 게 아니라 제발 감사할 일을 만들러 달라는 염원을 담아서 해도 되는 말이다.


언제나 반갑게 인사해라. 보고 또 봐도 인사해라. 사람이 무슨 일이 생겨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하루에 여라 번 마주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냐.


그때는 다 잔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저도 모르게 지키게 되던 말씀이 많았고, 그 덕분에 사회생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한 후회보다는 언제나 교수님의 말씀을 새기고 자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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