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요즘은 어째 회사가 매일 전쟁터입니다.
언제나 소리 없는 전쟁터이긴 하지만, 경기 침체의 여파가 하루하루 더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그야말로 전쟁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어요.
정신없이 외근을 나갔다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니 문득 그래, 위기는 언제나 기회가 되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고 억울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왜 하필? 왜 지금? 이게 뭐야?
그런데 차곡차곡 쌓은 사회생활이 10년, 15년, 20년 되고 나니 되돌아보면 모든 위기는 언제나 기회였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첫 직장은 작은 연구소의 연구실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연구 중심의 회사.
아무것도 모르고 서울로 상경해서 시작한 사회생활에 급여가 연체되기 시작하자 감당하기가 어려워 급하게 이직을 했었지요.
급하게 새로 출범하는 연구소로 이직했으나, 여러 가지가 꼬여 연구소 출범은 무산되었고 얼떨결에 영양제 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신생 브랜드를 론칭하는 팀에 합류하면서 그때는 퇴근길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용기는 왜 그렇게 불량이 나오고, 생산 일정은 왜 지켜지지 않으며, 상세페이지는 무슨 놈의 오타가 그렇게 많고, 시키는 대로 기획해서 진행했더니 과대광고로 고발당해 대표님은 경찰서에 다녀오시고, 아직 제품이 다 팔리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게 마음에 안 차신다고 하니 생산업체와 통화하면서 제품 리뉴얼도 담당하게 되었고요. 그때는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서 연구소로 이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매일 퇴근을 눈물범벅으로 맞이하게 했던 이 위기는 돌이켜보면 엄청난 기회였어요.
개발과 기획이라는 몰랐던 소질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저는 연구원을 하다가 제품 기획과 전략 기획 쪽으로 업무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의 이직 과정에서 한 번은 회사를 그만두고,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이 버거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속이 사라지자 날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간은 많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흐르는 시간이 막막하고 무서운데 스트레스는 받으면 안 되었던 시간.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방황할 때 일러스트를 다룰 수 있던 직원이 멋있어 보였던 것이 생각나 국비지원을 받고 일러스트를 배웠었지요. 그 덕분에 요즘은 업무 중에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생각을 그럴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외로 큰 무기가 되더군요.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 수많은 눈물과 한탄 그리고 욕설을 쏟아내긴 했지만요.
인간이 가진 다양성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의 다양성을 채우는 기회는 우리에게 닥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가 닥쳐야 안 하던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새로운 생각이 우릴 새롭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게 되니까요.
얼마 전 Chat GPT와 고민을 나누면서 "성공은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을 계속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는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변화하는 환경에 나를 맞추고 발전하려면 변화라는 위기가 먼저 생겨야 하겠더군요.
다방면에서 매 시간 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이 또한 나에게는 기회가 될 예정이라는 각오로 오늘과 내일의 위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다시 한번 다짐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번 위기는 한 때 제 안에서 요동쳤던 15년 전의 꿈에 갑자기 도전하는 위기예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부딪히고 그 안에서 더 새로운 기회를 잡아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작은 위기가 큰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