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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료, 고양이 신경 근육 병증과 펫로스 증후군

안녕하세요,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원장 조지훈입니다.


오늘은 다소 긴급한 주제가 있어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최근 고양이들에게서 동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고양이 신경 근육 병증'에 대한 내용인데요. 고양이 신경 근육 병증이란, 몸에 있는 근육들에 다발성 근육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몸을 움직이는 근육들뿐만 아니라 내부 장기의 근육에도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심장 근육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심부전 증상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는데요. 


고양이가 신경 근육 병증을 앓는 경우, 소변 색깔 이상, 걸음걸이의 문제, 비틀거림, 신체의 떨림, 식사량 감소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하며, 쓰러지거나 누워있기만하는 증상들도 나타나게 된다고 합니다. 이상 징후가 관찰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통해 간수치, 염증수치, 근육 수치 등에 이상이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며, 만약 문제가 발생한 경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출처: pexels


대한 수의사회는 최근의 이러한 증상발생에 대하여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인 '원충성' 질병이 의심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한 고양이 사료와의 관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사단법인 <묘연>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실시한 자체적인 조사에 따르면, '특정 사료를 섭취한 고양이 80마리 가운데 31마리가 사망했고, 47마리는 입원과 통원 치료 중이며, 2마리는 회복 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2024년 4월 20일 오후 6시 기준, 피해가정 145가구, 피해 고양이 236두, 사망 88두/ 출처: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현재 조사에 착수 중이라고 하였으며, 이에 대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출처: 한겨레


하지만, 이 상황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우리가 생각해야 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 신경 근육 병증으로 사망한 반려묘들의 보호자들의 심리적인 문제,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것인데요.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 사별 이후에 겪게 되는 여러가지 증상들로써 우울감, 죄책감, 수면문제, 식욕 및 체중저하, 자살사고, 외상반응 등의 증상이 포함됩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다묘 가정의 경우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중 사별'이라는 더 큰 아픔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한 마리의 반려묘를 보내고 마음을 다스리는데 최소한 2개월의 시간이 요구되는데, 이렇게 다중사별을 경험하게 되면 보호자의 심리적 문제는 더욱 크고 오래 지속되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EBS "뉴스 브릿지"


또한, 이러한 펫로스의 경우, 마치 '내가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 혹은 '병원에 제때 데려가지 못해서 사망한 것이다'라는 죄책감이 더욱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강한 죄책감은 충분한 시간과 애도를 위한 노력, 전문적인 심리상담 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저도 전문가로써 급성의 증상들을 다루기 위한 영상 제작이나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도움을 드려볼 예정에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이번 사건으로 반려묘를 떠내보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짧게 나마 이번 피해를 겪으신 반려묘 보호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들을 아래에 남깁니다.





정부나 다른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검사들의 결과를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대부분의 보호자분들이 아이가 잘먹어서,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적혀 있어서 원래 계속해서 먹여오던 것이어서 선택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보호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가 펫로스 상담실에서 보호자분들을 만나며 자주 해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내 잘못때문에 아이가 떠나게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정말로 끔찍한 학대나 방임을 내가 직접 실행했을 때, 명백한 가해자일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보호자님은 절대로 아이들을 학대하지도 방임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지금 평범하게 들이 마시는 공기 한 숨, 목으로 넘기는 물 한모금에 내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듯이 우리는 그저 일상의 평범한 믿음을 가졌을 뿐이고, 그러한 믿음으로 이루어진 그 평범했던 선택이 비난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무엇보다 보호자분들은 이번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는 생존자에게 화살을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러 사건들을 통해 배워왔습니다. 그게 얼마나 비열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는지에 대해서도요.


이번 일로 아이를 보내고 노화 등으로 아이를 보내게 된 다른 보호자분들보다 더 힘들고 오래 지속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이상하거나 혹은 스스로가 나약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갑작스럽게, 또 고통스럽게, 또 원인과 책임이 불분명한채로 남겨진 이러한 사별형태는 인간과 동물을 떠나서 남겨진 사람들에게 더 크고 해결되기 힘든 감정적 고통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두 마리 고양이의 보호자이나, 그저 아슬아슬하게 피해갔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을 계속해서 끝까지 지켜보고, 또 피해를 겪으신 분들에게는 비난보다 위로와 지지와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오늘은 '고양이 신경 근육 병증'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았는데요. 관련된 정보는 나응식 수의사님의 유튜브 영상 및 관련 기사를 공유해드리니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댁에 있는 반려묘가 위에서 언급된 증상들을 보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동물병원을 찾아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완쾌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펫로스 심리상담가/ 임상심리전문가 조  지  훈

펫로스 심리상담센터 <안녕> 원장

한국임상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 전문회원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수련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삼성, SK 헬스커넥트 연구참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 임상심리학 석사

<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저자

미국 Beck Institute 'CBT for Depression & Suicide' 현지 연수

Centre for Excellence 'Pet Bereavement Counselo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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