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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고미 Aug 06. 2024

손님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가게

망원동 7평 작은 카페, 비고미의 이야기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으세요?


꿈꿔왔던 가게를 오픈한다고 해서 그 여정의 끝이 아닙니다. 오픈과 동시에 시작 출발선에 서 있는 일이죠.

출발선에 서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달릴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지, 이 공간에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가게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혼자 달려서는 가게가 나아갈 수 없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만 있다고 해서 가게가 저절로 나아갈 수 없어요. 내가 오픈할 때 '이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꿈꿔왔던 것들도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실현시킬 수 없는 목표입니다. 

결국 손님들이 찾아와 주셔야 앞으로 내딛을 수 있습니다. 


손님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


결국, 가게는 내가 만든다고 해서 끝이 아닌,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손님과 함께 어떤 가게를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 공간이 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아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어요.


1. 용기내


카페 비고미는 플라스틱이 없는 매장입니다. 디저트 포장 봉투도 종이, 선물 박스도 종이, 테이크아웃 잔도 친환경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어요. '비건'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는 가게인만큼, 작은 것을 하나 구매하더라도 '친환경' 인증마크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카페 비고미의 가치에 공감해 주시는 손님들은 매번 찾아와 주실 때마다 용기를 챙겨 와주시곤 해요. 빵과 디저트를 담아갈 다회용기를 들고 오시면, 전체금액의 5% 할인을 적용해드리고 있어요. (텀블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집에서부터 가게까지 다회용기를 챙겨서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떤 빵과 디저트를 담을지 계획하고, 디저트 크기에 맞는 용기를 골라야 하며, 깨끗하게 세척 후에 오늘 고른 용기가 들어갈 가방을 선택해 들고 나와야 합니다. 부피가 작지 않은 크기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 용기를 들고 가게까지 찾아오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카페 비고미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

하나의 가게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요. 


단체주문도 다회용기를 챙겨와주시면, 무포장으로 가능합니다.  / 손님께서 매번 챙겨와주시는 용기 


특히 단체주문의 경우, 하나하나 개별 포장을 하게 되면 포장재가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무포장으로 주문해 주신다면 많은 양의 포장재를 줄일 수 있어요. 


감사하게도 카페 비고미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 주시는 손님들은 커다란 김치통을 들고 와서 포장 없이 행사에서 나눠줄 다과를 포장해 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용기에 빈 틈이 없도록 디저트와 마음을 꽉꽉 눌러 담아내어드리곤 해요.


카페 비고미가 '비건 지향'이라는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손님들이 용기를 내어주시지 않는다면 '용기내' 문화가 이어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손님들의 용기 덕분에 건강한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2. 기분 좋은 인사


가게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한 치의 고민 없이 '인사'를 나누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가게에 들어선 손님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에 나누는 첫인사, 그리고 가게를 나설 때에 느끼는 기분이 가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이 건넨 마음을 담은 인사는, 다시 돌아옵니다.


오픈 직후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 주의 시작, 월요일에는 

"좋은 한 주 되세요"

"사장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사장님도 주말 파이팅하세요"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넨 사장님도, 그 인사를 받은 손님도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매장 안의 손님들도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이 가게를 오면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다는 가게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되고,

찾아오시는 손님들과 지속적으로 좋은 마음이 담긴 인사를 주고받게 됩니다. 


사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는 것조차도 인색해질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뉴스에서 마주하는 세상,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걷잡을 없이 세상이 삭막해져 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며 누구나 좋은 마음을 느끼고 싶다는 건 변함없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가게에서 느끼고 가신 기분 좋음이 오늘 하루를 잘 지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기분을 선물할 수도 있어요. 공간에서 좋은 마음을 주고받는 가게가 되고 싶다는 꿈을 손님들과 함께 이뤄나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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