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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고미 Aug 09. 2024

쉬는 날에 꼭 하는 일

망원동 7평 작은 카페, 비고미의 이야기

Q.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쉬는 날에도 카페에 갑니다.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쉬는 날이면 다른 공간에 가 보곤 해요. 

sns를 보며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공간을 저장해두곤 해요. 요즘 유행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곳일 수도 있고, 친구가 추천해 준 공간일 수도 있고. 가고 싶은 공간의 스펙트럼은 넓게 잡아두고 디깅(digging) 해두는 편입니다. 


Q. 왜 다른 공간에 가 보는 것이 중요한가요?


공간의 '좋은 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찾아가곤 합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분명 좋은 공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메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비교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저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좋은 점들을 감각하기 위해서 찾아가곤 해요.


사실, 매일 출근하는 공간에만 있다 보면 무엇이 좋은 점인지, 어떤 점을 채워가면 더 좋을지 익숙함에 무뎌져 놓치게 되는데, 새로운 공간에 놓이게 되면 좋은 점을 발견하기가 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많은 공간에 다녀온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고민의 깊이만큼 성장할 수 있기에 이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Q. 왜 좋은 점에 집중하나요?


물론, 아쉬웠던 지점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을 찾다 보면 계속해서 안 좋은 점들만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가 더 잘하는 지점을 찾아 비교하게 되며, 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감각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Q. 좋은 점을 발견하는 기준이 있다면?


기준은 '나'입니다. 손님으로 등장한 '나'에게 좋은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적어 내려가봅니다. 최대한 디테일하게 적을수록 좋아요. (왜?라는 질문을 던질수록 더 심층적인 답이 나왔어요.)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공간과 잘 어울리는 소품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점, 디저트가 담겨 나오는 식기가 정갈하고 깔끔했던 점, 그리고 그 식기는 디저트와 잘 어우러져 하나의 사진으로 남겼을 때에 예쁘다고 느껴졌던 점... 그렇다면 왜 이 식기에 담겨 나왔을 때에 기분이 좋다고 느껴졌는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좋은 점'에 집중해서 감각해 보곤 합니다. 


친절한 직원에게 기분 좋은 환대를 받았던 기분이 될 수도 있어요. 디저트나 빵은 어떻게 진열이 되어있었는데, 어디에 담겨 나오고, 어떤 점에서 좋다고 느꼈는지...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좋았던 점들을 기록해 두고, 나의 공간에서도 접목시킬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해 봅니다. 


Q. 이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손님의 입장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작은 '디테일', '한 끗'에서 온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내가 전할 수 있는 '한 끗'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고, 이는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단순히 카드를 받아 결제만 해주면 되는데도 '직원이 메뉴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었다'는 지점에서 기분이 좋다고 느껴졌다면, 나도 다음에 손님에게 어떤 문장으로 우리의 제품을 어떻게 설명해 드릴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메뉴판에 붙어있었던 작은 설명이 친절하게 느껴졌다면, 가게의 메뉴판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손님의 입장에서 보기 좋게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이와 같이 세심한 좋은 점을 발견하고, 감각한 사람만이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의 한 끗은 무엇일까?


나만이 잘 해낼 수 있는 다른 한 끗을 잘 만들어내고, 세상에 보여줄 수 있어야 오래 살아남는 가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어야

좋은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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