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빚만두 Feb 02. 2024

읽는 인간이 된 이유

결핍은 성장의 밑거름

"이대로 괜찮은가?"


마흔의 문턱에서, 내 안에서 울러 퍼진 이 질문은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당장 뭐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침의 시작이 변했다. 늘어지는 시간을 더 이상 허비할 수 없었기에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유일하게 마음대로  새벽시간.


평생을 올빼미형으로 살아왔다. 아침 9시 출근도 지각을 간신히 면하던 나였다.

새벽기상은 

"이제 진짜 다르게 살아볼 거야!"

스스로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였다.

 

새벽 알람에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처음엔 무엇을 해야 될지 몰랐다. 어둑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책상정리나 방청소를 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산책을 하기도 했다.

그 시간을 무엇이라도 채워야 했기에.

독서도 그중 하나였다. 


그 시간의 독서는 시간 때우기나 재미를 채우기 위함은 아니었다. 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기 위해 책을 읽어야겠다 마음먹었다. 내 삶이 이대로 괜찮은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책이 답해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했다. 


예전엔 잔소리처럼 '이렇게 살아라, 어떻게 해라'를 늘어놓던 것이 싫어서 멀리했다. 누구보다 내 인생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고, 잘 살고 있다고 자만했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읽으니 책이 달리 읽혔다. 


책은 늘 새로운 생각을 제시했고, 내 삶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돌아보게 했다. 읽을수록 내 안에 결핍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읽으면 더 읽고 싶었고, 더 많이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더 채우고 싶었다. 조금씩 채우다 보면 변화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책이 더 읽고 싶어 새벽기상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됐고, 다른 사람의 책 읽기 궁금해 독서모임을 기웃거리다 만나던 사람들이 달라졌다. 더 읽고 싶어 독서 시간을 우선 고려해야 했기에, 불필요한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바뀌었고 우물 안에 갇혀있던 세계관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세상이 살라고 알려준 길이 아닌 나의 길을 가고 싶었다. 평범한 일상이라도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졌다. 


공무원 생활을 15여 년간 했다. 근무도 잘했고 조직에서 열과 성의를 다해 일했다. 성과와 일잘러로 인정도 받아왔지만, 그 길을 멈췄다. 퇴사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독서는 그 변화의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이 읽고 있다. 아니 적게 읽더라도 더 많이 생각한다. 

이제 삶의 해답을 그곳에서 찾지는 않는다. 읽으며 나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깊이를 더하는 일에 집중한다. 채우기 위한 독서가 아닌 비움을 위한 독서로 바뀌기도 했다. 비워내야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삶은 고정된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마음과 머리가 늘 깨어있도록 만들어주기에 앞으로도 가까이할 것이다.  


매일 책을 함께하며 새로운 나의 발견과 성장을 경험하기에

나는 오늘도 읽는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관계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