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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Nov 21. 2024

10억의 꿈

남다른 삶의 비결

  드디어 입금을 확인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바로 그 돈이 내 통장에 있다. 무려 10억 원. 이제 이 돈으로 무얼 해볼까? 책이 가득한 북스테이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산책을 할 거다. 근데 그거는 지금도 할 수 있는데? 하하. 본업으로 근로소득 대신에 투잡러가 되어 글을 쓴 지 어언 3년. 이것도 엉덩이 진물 나게 앉아 썼기에 근로하여 얻은 소득이긴 하다. 나에게도 드디어 파이프라인이 생겼다.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야나두, 너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돈으로 배당금처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드디어 왔다. 10억에 3프로 이자로는 한 달에 2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정도면 애들이 독립하고 난 뒤 생활비로 충분히 쓸 수 있는 금액이다.


 근래 한창 읽던 배당주 경제 도서의 내용이 몸에서 흘러나온다. '노후에는 어떻게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지?' 어떤 날은 배고파도 글만 읽으면 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돈에 환장한 것처럼 각종 경제 도서와 유튜브 채널을 몰아보고 얼마씩 모아야 파이어족이 될 수 있는지 모색하는 날도 있다. 이런 모순된 경험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N잡러로서 살아가는 나를 상상해서 쓰는 지경에 이른다. 글을 써서 10억 원이 생길 리 만무하겠지만, 꿈이라도 꿀 수 있지 않나. 글로 단돈 만원이라도 벌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렐까. 혹시 집안일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로 벌려면 얼마나 고부가가치의 일을 해야 하는 거지? 에잇 안 되겠다. 소소한 집안일은 눈감고 그냥 내가 하도록 하자.


하지만 뭔가 남다른 삶을 원한다면 선택가능한 길은 두 가지다.

첫째, 특정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
둘째, 두 가지 이상의 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상위 25%)을 발휘하는 것이다.

 본업에서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오늘도 나를 가만두지 못하고 어디를 그렇게 기웃거리고 있는지 아쉬움이 사무칠 때, <타이탄의 도구들>의 한 구절을 떠올려본다. 첫 번째는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보이니, 두 번째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들이댈 수 있을 것 같다. 병렬 독서의 화신으로 이것저것 집적이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목표다. 아주 높은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높이가 낮아도 오를 때 땀이 날 정도의 동네 뒷산 두 봉우리를 넘는 건 도전해 볼만하다. 뛰어나진 않지만 치과의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머지 봉우리를 넘기 위해 지금 이렇게 한 자 한 자 타자를 쳐본다.



그렇게 작은 뒷산 두 봉우리를 넘는 일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더 높은 산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나를 다독여본다. 자꾸 잊고 살지만, 중요한 건 속도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다. 본업인 치과의사로서 환자 한 명 한 명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하나의 봉우리이고, 내가 쓴 글이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감을 줄 수 있다면 또 다른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모든 봉우리를 한꺼번에 넘으려 하기보다는, 오늘은 이 한 발자국을 내딛고, 내일은 조금 더 멀리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쌓아 올린 작은 도전들이 언젠가 나를 되돌아봤을 때, 그 자체로 큰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지금 이 순간, 글을 쓰고, 배우고, 도전하며 나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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