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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끄적끄적

25-3. 엄마가 의사 되려면 어쩔 수 없데요.

나는 어떤 어른이어야 할까.

by 마리아줌마

미디어를 통해 '의대쏠림, 의대과열'에 대해 많이 듣긴 했지만, 직접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최근 둘째 하교 후, 동급생 친구와의 대화를 나눈 후 생각이 많아졌다.

- 아이: 저는 토요일도 수학 학원에 가요. 일요일에는 수학 과외를 해요.

- 나: 공부 많이 하는구나.

- 아이: 엄마가 의사 되려면 어쩔 수 없데요.

- 나: 의사 하고 싶은가 보다.

- 아이: 엄마가 의사 하래요.

- 나: ... 공부하느라 힘들겠다.




나는 (자칭) 학구열이 적은 엄마이다.

명문대 출신이라고 떵떵거리며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높은 학력이 높은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니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공부를 포함하여 그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선택이어야 한다.

부모는 다 준비시켜 주면서 공부만 하라고 하는데,

아이는 왜 공부가 힘들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 을 투자한다. (물론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것도 투자하지만)

반면, 아이는 공부를 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 체력,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10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20세까지의 삶은 20%에 해당하고,

(미취학 시기에도 고시 수준으로 열심을 내지만) 공교육 기준으로 12년은 약 8.3%에 해당한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다니는 기간은 8.3%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전생애 발달 측면에서 보면 매우 중요하고, 이후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시기라로 생각한다.




- 엄마들이 아이 낳았던 이야기

- 남자들이 군대 다녀온 이야기

- 어르신들이 전쟁(피난) 겪은 이야기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해당 이야기의 화자는 그 이야기를 언제라도 처음 들려주는 것처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경험이 워낙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에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순간의 감정이 옅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자면, 아동기에서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기는 '봄'에 해당한다.

봄은 당장의 결과물(씨앗이나 열매)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봄에 떡잎이 잘 나고 새순이 적당하게 돋아나야 가을에 풍성한 가지와 열매도 기대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공부에 시달린 기억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공부'라는 단어에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지속적인 배움이 필요한 평생학습 시대이다.

나의 바람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닌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




처음에 소개했던 에피소드로 돌아가 보자.

나는 둘째 아이 친구와 헤어진 후 마음이 씁쓸했다.

다른 부모의 양육관에 조언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상황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말을 해줬으면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동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까.

아직도 뾰족한 생각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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