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삶의 일부이다.
취미로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버킷리스트에 악기 배우기가 없었지만,
우연히 시작한 바이올린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의 바이올린 진도는 스즈키 2권이다.
아직 바이올린 지판에 운지 테이프가 있어야 하고, 셀프 튜닝은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내가 마스터클래스에 참관해 봐야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마스터클래스를 참관하는 기회가 생겨서 참관했다.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는 동안과 그 이후의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고 싶다.
1. 몸에 힘 빼기
마스터클래스 참여자는 총 3명이었다. 순서대로 예원학교 1학년 학생, 한예종 학생 (17 or 18세), 서울대학교 학생이었다. 첫 번째, 두 번째 학생은 내가 보기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좋게 표현하면 열정이 넘친다는 것이고, 대가 앞이라 긴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카바코스 눈에도 당연히 보였을 것이다. 카바코스는 두 학생에게 팔을 늘어뜨리고 상체의 힘을 빼도록 지도했다.
특히 두 번째 학생은 몸의 오른쪽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했는데, 연주 중 오른쪽 발을 앞으로 내미는 포즈나 오른쪽 다리에 몸에 무게 중심을 두는 모습을 교정하도록 했다. 학생은 아주 초롱초롱한 눈으로 여러 번 "OK"라고 대답했지만, 막상 연주 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 카바코스는 손으로 이마를 쳤고,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참관 전날, 바이올린 레슨 선생님으로부터 몸에 힘 빼기가 필요함을 들었던 터라 카바코스의 티칭을 매우 흥미롭게 관찰하였다. 카바코스는 학생의 나이를 물으며, 지금은 10대니까 괜찮은 거라면서 오래도록 연주하기 위해 연주 자세를 바꾸도록 했다.
나는 전문 연주자가 아니지만, 힘 빼기는 모든 영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무엇이든 의욕이 앞서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과도한 기교는 전달력을 감소시킨다.
두 번째 학생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파가니니의 곡을 연주하는 모든 연주자가 그러한 곡은 아니지만) 학생의 연주는 화려한 곡만큼이나 연주하는 제스처도 화려했다. 카바코스는 학생의 연주 모습과 자신의 연주를 비교해서 보여주며, 기교를 부리면 청중에게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 언제나 기본기와 본질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재료가 좋아야 음식의 맛이 좋을 수 있고, 원단과 바느질이 좋아야 옷을 입었을 때 근사함이 풍긴다. 화려한 장식이나 퍼포먼스는 시각을 매료시킬 수 있지만, 근본을 바꿀 수는 없다.
3. 음악은 시간예술이다.
- 같은 테마가 반복되는 경우, 동일한 테마를 과거와 동일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한 곡에서 테마가 반복되는 경우가 흔하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pop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카바코스는 학생이 연주를 잘했다며, '잘'만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학생이 연주를 하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흐르고,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테마가 반복된다면, 동일하게 연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한다. 운전으로 치면, 후진을 못하는 도로를 운전 중인 것이다. 첫 아이의 초등 입학을 겪었지만, 둘째 아이의 초등 입학은 또 달랐다. 나의 마음가짐도 달랐고, 시대도 달랐고, 아이도 달랐다. 같은 문제처럼 보일지라도 새롭게 접근하고 해결해 보려고 한다면 조금 더 재밌을 텐데, 이미 한 번 해봤으니 반복하려다 보니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어 되는 것 같다.
4. 악보의 표현
카바코스는 악보를 연주할 때, 적절하게 쉬고 끊어주는 부분에 대해서 조언했다. 악보를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이해되는데, 학생이 너무 급하게 곡을 연주하는 모습에 대해서 적당한 때에 숨을 쉬고, 너무 길어질 때쯤엔 한 번쯤 끊어주며 진행하라는 의도로 이해되었다.
결국 악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문제이고, 연주자마다의 조금씩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카바코스가 끊으라는 곳을 기억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임팩트 있게 다가온 부분은 악보를 '읽는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카바코스가 학생의 연주에 대해서 '한 문장이 이렇게나 길다.'라고 표현을 한다거나, 하나의 곡을 문단으로 나누고, 그 문단 안에서 문장으로 나눠서 연주하라고 설명한 부분이었다. 나에게는 악보를 읽는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지만, 다음 단계가 되면, 악보를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을 알 수 있었다.
5. 내가 이해 못 하는 내용이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
- 이미 음표 안에 에너지가 들어 있다.
- 협연곡에서 협연자가 박자를 잘 타야지 곡의 흐름이 명확해진다.
- 조성이 바뀔 때마다 각각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높은 G#과 낮은 G#의 느낌은 다르게 표현되어야 한다.
처음 참석한 마스터클래스 참관 - 취미생인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움은 있지만, 대가의 에너지 느끼고 철학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