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9
곰곰이 생각해보니 글이라는 것에 대한 방향과 목적을 잃은 듯하다. 방향과 목적이 불분명하니 손과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것에 대해 써야 하는지, 왜 써야 하는지의 당위성을 찾아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끄적이긴 하지만 타륜 없는 글들은 갈피를 못 잡는다. 못 잡아서 같은 곳을 빙빙 도는 듯하다. 빙빙 도는 글들은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졌고 발전하는 모양은 아니었다.
처음 글을 배울 때를 생각해보면 쓰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타자를 누르는 것이 즐거웠고, 구상을 하는 내 얼굴의 눈썹은 팔자로 모아졌지만 입가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점점 배워보니 뭔가 소질 같은 것도 느껴졌고, 강사님과 동료들에게 꽤 인정받았더랬다. 당시에는 안으로 생각하며 느끼는 것들을 밖으로 쏟아내며 글을 쫒았다.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니 안 늘 수가 없다.
회사에서 물건을 나르고 쌓는 중에 무너지는 물건들을 보며 투덜거리는 나에게 배송기사님은 말했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있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과정이 있다. 처음에서 과정으로 넘어가는 그것을 난 습관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처음에서 과정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복적이면서도 꾸준해야 한다. 그렇게 과정으로 넘어가야 실력이라는 것이 늘고, 그것의 향상에 고민한다. 무엇을 해야? 어떻게 하면? 등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답을 찾아갈 것이다.
늘 즐겁고 유익한 그와의 대화 내용 중 운동이 있었다. 요즘 우리의 최대 화두이기도 한 내용인데, 그가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말이다. 그는 내 근육의 크기와 굵기, 강도를 신기해하면서도 부러워했다. 종종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자그마치 10년이야, 10년. 하룻밤에 만들어지지 않았어.'
이런 대답에 그는 이두박근을 추켜올리며 자신의 근육도 꽤 커졌다고 말한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나처럼 바보가 또 있을까 싶다. 내가 답을 말하곤 글의 방향과 목적이 어쩌고, 당위성이 저쩌고 하니 말이다. 답은 꾸준함과 시작에서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꾸준히 시작해야 하고, 과정으로 넘어가 배워야 한다. 배워서 무엇 하나라도 이루면 그것으로 성공인 것이다. 그것이 작든 크든 말이다. 그리고 얼마나 좋은가. 노트북 한대와 내 몸뚱이만 있으면 2-3시간을 신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