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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Jun 12. 2024

골목길 야생화 43 으아리

우와! 으아! 감탄과 비명, 그 사이에 있는ᆢ


으아리


식물의 이름 중에는 그 유래가 무엇일지 궁금한 것들이 꽤 많은데요. 고개를 끄덕일 만큼 속 시원한 답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할 으아리가 그중 하나.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우와~~!

감탄사?

으아~~!

외마디 비명?


놀랍게도 그 유래로 전해 오는 것들이 감탄사 또는 비명과 비슷해요.


"산속에서 으아리 꽃을 처음 만난다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으아’하고 소리를 지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고 설명하는 학자들이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올 만큼 미모가 대단한 꽃도 아니다."

- 약업신문, <권순경 교수의 야생화 이야기>


이 글 필자는 감탄사로 본 다른 학자의 설명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요?


가냘픈 줄기지만, 철선련이라는 별명처럼 잘 끊어지지 않는다.

"으아리의 줄기가 연하고 약하게 보여 쉽게 끊을 수 있을 듯하여 손으로 잡아채면, 줄기가 끊어지지 않고 살로 파고들어 아프기 때문에 ‘으아~’하고 비명을 질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 옛날에 지게 끈으로 칡덩굴이나 인동덩굴 등을 많이 썼는데, 이것들이 쉽게 끊어졌기에 사위사랑이 남달랐던 장모가 사위에게 짐을 많이 지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으아리 덩굴을 끈으로 했더니 오히려 평상시보다 짐을 더 많이 지었는데도 덩굴이 끊어지지 않아 ‘으아’ 하고 놀랐다고 하여 그 덩굴을 으아리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우리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이 분은 비명으로 보는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네요.


"으아리 이름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19세기 초의 기록물 《물명고》에서 사위질빵을 이르는 어사리와 으아리를 지칭하는 우알이가 있어 전화(轉化)를 추정할 수 있다."

- 전남타임스, <김진수의 들꽃 에세이>


여기에 등장하는 《물명고(物名攷)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었다고 알려진 어휘집입니다.

'우알이'라는 이름이 19세기에 있었다는 뜻이지요?

안타깝게도, 이게 과연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자, 이쯤에서 오늘의 주인공 으아리의 생태를 알아보도록 하지요.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 변형된 것. 4~7개가 있다. 길이는 2cm안팎.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 타원형으로 털이 없다.

으아리는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 속의  낙엽활엽덩굴성나무입니다.

도감에 따라서는 낙엽덩굴성다년초, 덩굴성 목본,  그냥 덩굴식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해요.

목본(木本)은 줄기의 질이 단단한 식물, 곧 나무.


영어명은 코리언 버진스 바우어(Korean virgin's bower), 한국의 처녀의 은신처.
일어명은 고라이센닌소(高麗仙人草), 고려덩굴풀.

학명은 Clematis mandshurica.


별명의 숫자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는 가까이 살고 있으며, 인간에게 유익하다는 뜻이겠지요.


마음가리나물, 고추나물, 꼬칫대, 큰으아리, 들으아리, 좀으아리, 북참으아리, 응아리, 동북철선련(東北鐵線蓮), 영선(靈仙), 풍차(風車), 철각위령선(鐵脚威靈仙), 흑각위령선(黑脚威靈仙), 선인초(仙人草), 능소(能消), 거의채(車衣菜) 등등.


한국, 중국, 일본, 전국 각처의 산야에 살아요.


개화 시기는 5~9월, 흰색의 꽃이 핍니다.
꽃은 원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모여서 달리는데요.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 변형된 것입니다. 4~7개. 길이는 2cm 안팎.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 타원형으로 털이 없습니다.
줄기를 따라 꽃이 많이 달립니다.

줄기는 2m. 잎은 마주나고 작은 잎은 달걀 모양. 잎자루가 구부러져 덩굴손과 같은 역할을 해요. 잎의 양면에 털이 없고 끝은 밋밋합니다.
열매는 9월경에 익어요.


으아리 열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꽃말은 고결,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


으아리의 새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끓는 물에 데쳐 우려낸 다음 말려서 묵나물로 먹어야 안전하답니다.


으아리의 뿌리를 한약명 위령선(威靈仙)이라 하며 약재로 사용하는데요.

관절염, 근육통, 류머티즘, 통풍, 마비, 각기, 신경통, 안면신경마비, 요통 등에 좋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으아리속(Clematis) 유사종으로 대구으아리, 외대으아리, 조령으아리, 참으아리가 있어요.

세계적으로는 유사종이 200종, 원예종까지 따지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군요.


■ 우리 동네에서 으아리를 만난 게  5월 말부터입니다. 철제 울타리 너머로 꽃을 드리워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향기마저 좋더군요. 제 기준으로 비슷한 모양의 비슷한 향기를 내는 사위질빵은 공원에서도 더러 보았기에 그것이려니 했지요. 그게 지금 필 시즌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이름부터 앞서의 사위질빵이나 할미밀망과 어떻게 다른지 등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꽃이 다 져버렸어요.

산에서야 9월까지 피고 진다지만, 원예종화 된 도심에선 화무십일홍이겠지요.


우리동네표 으아리. 딱 한 곳에서만 볼 수 있어 아쉽다.


■■ 이름의 유래부터 이토록 혼란스러운 으아리.

그래도, 이 꽃을 노래한 시인이 없을 수 없겠지요?


으아리꽃/ 송연우

흙빛 거슬거슬한
손등의 실핏줄 같은 줄기
생명을 끌어올리는
저 오묘한 길

몸 마디마디 아릿한 자리
달빛으로 피는 꽃

봄볕에 거나하게
하늘만 쳐다보더니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쫙 펴고 있다 하얀 날개

나비와 벌
눈부신 감동을 감추지 못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 한나절 심란하게 흔들리는데

흔들리는 힘으로 살아온
손바닥만 한 근성
몰래 가슴에 심어놓고
먹구름장 일상의 사이사이
일인 듯 또 무심히 꺼내어본다.


■■■ 가끔은 생물학의 한 갈래인 식물학이 과학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이름에서부터, 그 정체성조차 서로 다른, 애매하고도 모호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이런 배경에서 질문을 해봤습니다.


"네, 식물학은 과학입니다. 식물학은 식물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식물 분류, 식물의 구조와 기능, 식물 생태학, 식물 유전학, 식물 생리학 등 다양한 연구 분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식물의 진화와 다양성, 식물의 생태학적 역할, 식물의 유용성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야생화의 이름에서만큼은 과학이 아니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이런 답을 주는군요.


"야생화는 흔히 식물의 과학적 이름이 아닌, 일반인들이 식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됩니다. 야생화의 이름은 식물의 외형, 서식지, 꽃의 색상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붙여지며, 과학적인 분류와는 별개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이름은 식물을 보다 쉽게 기억하고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 Open Assistant 답변.


결국 꽃이나 나무의 이름, 유래, 전설, 꽃말 등은 식물 그 자체의 과학적 생태보다는 주변적이고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다분히 문화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이 문화적 요소들이 우리가 식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다리가 된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겠네요.


혹시 앞으로 으아리를 만나시거든 우와~~! 라 해도 좋겠고, 으아~~! 라 비명을 질러도 좋겠습니다.


여기 으아!라고 외친 분이 계시네요.

이 분은 꽃의 향기를 두고 감탄하시는 군요.


"으아! 매혹적인 으아리 꽃의 향기여. 보잘것없는 미천한 풀꽃들이 이토록 매혹적인 향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들에 피는 풀꽃의 변치 않는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화려한 외양의 아름다움보다도 휠씬 더 깊은 속내를 내밀하게 드러내 는 것만 같아 더욱 마음이 끌린다."

- 이순우, <산책의 숲>


2024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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