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경민오빠의 사랑해, 라는 문자
가 소현이에게는 설레이기도 했지만
쑥스러움에 오빠를 만날 용기가 없었다
다행히 오빠가 회사일로 그 뒤로 바빴고
소현이도 모처럼 퇴근후 엄마일을 도와
드렸다
"오늘은 안 나가네, 그 사람이랑 다퉜어"
"누구?"
"너 소개팅 했던 사람, 요새 그 사람 만
나고 있는 거 아냐"
"엄마 어떻게 알았어 소정이가 말했어?"
"내가 내딸인데 모르니 말안해도 너 눈빛
만 봐도 다 알지"
"아니 싸우긴 그냥 피곤해서 오빠도 바쁘
다고 해서"
"니가 좋으니까 만나겠지 늘 엄마 걱정시
키는 일 없이 잘 커 준 내딸이 좋아하는
사람이면 엄마도 좋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소현인 뭔가 부끄러움에 엄마한테 볼멘
소리를 한다
"엄마, 감기 몸살도 있다며 내가 다 정리
할께 들어가서 좀 쉬어요"
소현이네 엄마는 동네에서 작은 화장품
가게를 하신다
물건이 오면, 박스 포장마다 일일히 뜯
어 정리도 하고 새상품을 진열대에 두고
칸칸히 먼지도 수시로 닦아 주고 손님이
화장품을 그냥 구매 하시기도 하지만 가
끔 선물해 준다고 포장해 달라시면 이쁘
게 포장도 해 주신다
소현이는 엄마를 쏙 빼닮았다 소현이네
엄마는 천상여자이다 얼굴도 곱상 하시
고 아기자기한 것도 좋아 하시고 살림도
똑부러지게 잘 해내는 분이시다 동네에
서 늘 상냥하기로 소문난 소현이네 엄마
소현이는 그런 엄마가 너무 좋다
엄마가 일하시는 게 안쓰러운 소현이다
아빠가 지방에서 일 하시느라 주말에 오
시기 때문에 소현이,소정이는 늘 엄마를
더 많이 의지하고 살았다
엄마는 우리에게 늘 친구같고 언니같고
엄마같고...
소정이는 공부도 잘하고 꾸미는 것도 좋
아하고 아침 일찍 도서관 가 공부하고 오
겠다며 나가고
오늘은 엄마랑 소현이랑 둘이 점심을 간
단히 먹고 주말을 보냈다
오후쯤 귀가한 소정이가
"언니, 초콜릿을은 샀어?"
"무슨 초콜릿?"
"며칠 있으면 발렌타인데이 잖아 경민
오빠한테 초콜릿 안 주려고?"
며칠 있으면 발렌타인 데이였다 그래서
며칠전에 오빠가 초콜릿 먹고 싶다고 했
었구나 싶었다
소현이는 그런 면에서는 소정이에 비해
둔한 편이다
"언니, 나도 영호 주려고 만들까 싶은데
우리 재료 사다가 같이 만들까 그럼,,
언니가 돈만 주면 또 솜씨 좋은 내가 도와
줄 지도.."
소정이가 사 온 잡지책을 보며 우린 며칠
고민을 했고 초콜릿 만드는 재료를 사 와
만들기 시작했다 포춘 쿠키처럼 초콜릿
한개 한개 개별 포장을 하여 그 속에 메
세지를 담았다
"우리 초콜릿 너무 이쁘지 않아 이거 너
무 이뻐서 못 먹으면 어떡하지? 언니"
소정이는 들떠서 주기도 전에 설레발이
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우리 자매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초콜릿이 마음에 쏘
옥 든다 포장도 너무 이쁘고 역시 손재
주 좋은 동생덕에 내가 덕을 본 셈이다
늘 오빠가 먼저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했는데 오늘은 소현이도 용기를 내어
본다
그래도 혹시 거절 당하면 어쩌지 싶은
마음에 전화가 아닌 문자를 보냈다
"오빠,퇴근하고 잠깐 볼 수 있을까?"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장이 왔다
"물론이지 소현이가 보자고 하면 오빤
언제든 시간 낸다"
우린 우리가 처음 만났던 커피셥에서
만났다
"그날, 오빠랑 3시 소개팅이였잖어 난
시간 개념 없는 사람 별로여서 보통 10
분 기다리다 안오면 가는데,,, 그날은
카페 분위기도 너무 이쁘고 헤이즐넛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이거 다 마시고
일어나야지 했는데,, 오빠가 왔더랬어
차가 밀려서 늦였다고 하며 미안하단
말을 몇번이나 하던지,,,"
"날 만날 운명이였구나 늘 하던 되로
안하고 기다렸으니까 우리가 만난 건
가 너무 고마운데"
"오빠한테 고마운 게 너무 많아서 오늘
은 내가 오빠한테 선물 해 주고 싶었어"
수줍게 내민 초콜릿 상자를 탁자위에
올려 둔다
"이거 나 주는 거야"
오빤 7살 아기마냥 신나 한다
"지금 풀어 봐도 될까?"
"오빠 편한데로"
선물 포장한 상대방의 배려였는지 하
나 하나 조심스럽게 뜯는 오빠이다
"초콜릿이네 너무 이쁜데,, 이거 아까
워서 어떻게 먹지 근데,, 그래도 준 성
의가 있으니 하나 먹을께"
껍질을 까더니 이내 메세지를 발견한다
'행복하세요'
처음 깐 초콜릿안에 있는 메세지였다
"오빠,오늘 너무 행복하다 고마워"
초콜릿 하나를 먹더니 걔속 아깝다며 포
장지를 다시 싼다 집에 가서 아껴 먹는다
고 하는 오빠
며칠 동생이랑 머리대고 아이디어 짜며
만든 보람이 있는 소현이다
"이거 만든거야,, 진짜 맛있다 화이트데이
때 기대해 오빠도 분발 해야 겠다"
면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우린 칼국수를
저녁으로 먹었다 오빤 어렵게 자라서 면
을 좋아 한다고 했다 지금은 형편이 좀 나
아졌지만 가끔 그때 생각하면 칼국수가
그립다고도 했다
나도 어릴때 아빠가 사 주시던 바나나 우
유가 그리운데 오빠도 그런거였을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때 오빤 그랬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오빠가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차문을 열고 내리려고 하는데 오
빠가 불렀다
"소현아, 너 뭐 잊은 거 없어?"
"...."
"차비 주고 가야지 오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차비 받고 싶은데.."
"차비여?"
소현인 갑자기 차비를 달라는 오빠의 말
에 어리둥절 했다
오빠가 볼을 내밀더니 차비로 뽀뽀를 해
달라고 했다 발렌타인데이 기념선물로..
소현인 잠시 얼음이 되었다
해야되나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이던
소현인 용기내어 눈을 감고 오빠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얼굴이 화끈 거리고 머리가 하앴다
"오빠 조심히 가세요"
웅얼웅얼 거리고 차에서 내려서 뛰었다
"소현아 고마워~ 야호!"
등 뒤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날
이후 가끔 오빠는 볼을 내밀며 차비를 달
라고 애교를 떨었다
23살 소현이한테 26살 그는 마치 커다랗
고 구여운 댕댕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