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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빵

by 문학소녀

난 아이들이랑 친구처럼

지내는 편이다.

아이들 언어로 많이 놀아

주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가끔

이 녀석들이 나를 진짜 친구라고

착각하는 거 같기도 하다.



"엄마야!

아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

내가 돈 줄게 사다 주라"


23살 작은 녀석이

심부름을 시키네 밤에..



"아들아!

엄마한테 너 셔틀빵 시키면

엄마가 노인학대로 신고한다"


"엄마, 노인 학대는 아니지

부탁한 건데.."


"밤에, 너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엄마한테 심부름

시키는 아들이 세상천지에

어딨 냐?"


"아들이, 장난 좀 친 건데.

엄만 또 뭘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을 하실까?"


"네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건

사실이고 네가 나가기 싫은 것도

사실이고 네가 엄마가 나가 사

왔으면 하니 말 꺼낸 것도 사실인데

어느 게 장난이란 거니? 엄마가

이상한 거야? 네가 선을 넘은 거야?"


"쏘리~ 우리 엄마,

요새 찐 갱년기 온 것을 아들이 깜빡했네"


.

.

.


잠깐 나갔다 온 아들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내민다.


"인영 씨, 좋아하는 부라보콘이야!

우리 이제 화해한 거다"


"엄마가 일보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네가 전화해서 부탁하면

모를까? 지금처럼 집안일 다하고

엄마도 쉬는데.. 그런 건 아니지.

엄마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지!

네가 애도 아니고.."


우린 티브이 시청하며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친한 거와 편한 거 그럴수록 더

많이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23살 아들은 오늘 또 배웠을 것이다.

아들이 사 다 줘서 그런지 오늘따라

부라보콘이 더 달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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