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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시루 Apr 13. 2024

박종철과 채상병

주말동안 무얼볼까... 뒤적거리다 우연히 영화 <1987>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이 교육삼아 극장에 보러갔던 때와 달리 혼자 다시 조용히 감상해보니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쑥 들어왔다.


영화는 다들 알다시피, 80년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고 다쳤던 광주사태와 민주화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처음엔 박종철, 이한열 열사 개인들이 겪게된 스토리에 몰입했었다면 이번엔 80년대 남영동 안기부와 검찰간의 권력다툼 구조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 안기부와 검찰

전두환이 어떻게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는지는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 자세히 알수있다.

영화 <1987>은 그 후 민주주의가 어떻게 짓밟히고 지켜져왔는가를 보여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게된 것이 참 흥미로운데 '검찰과 안기부(지금의 국정원)' 간의 서열 관계라고 할까.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당시 한도가 없는 폭력성을 휘두르며 정권에 반하는 모든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하고 겁박하는 행위를 했던 안기부와 거기에 반해 대통령발 세력을 감시하고 국가질서를 지켜나가려 했던 한 축으로 검찰이 있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안기부는 쇄신을 다짐하며 이름을 국정원으로 바꾸고 과거보단 훨씬 축소된 역할만 하고 있다. 국정원의 존재감이 한참 줄어든 마당에 검찰은 사법부 안팎의 최고 권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둘의 서열이 혹시 이때부터 조금씩 뒤바뀌게 되지 않았을까, 혼자 추측해본다.

아무튼 영화에선 고문중 사망하게된 서울대 대학생 박종철 군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 간의 세력 다툼이 팽팽하게 맞선다. 정권이 날라갈 수 있는 사건인 만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하는 사람들과 부당함을 마주하고 행동했던 사람들.

그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저 때 저 사람들 참 용감했네.. 하는 생각이었다.

눈앞에서 죽고 다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용감하게 저항했던 수많은 시민들,

그들과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소위 지도층이란 책임감과 양심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행동했던 검사, 의사, 

그리고 진실보도 끈을 놓치않았던 멋진 기자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저때는 저랬구나....


# 박종철과 채상병

영화를 보면서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채상병 사건'이다.

나는 이 채상병 사건에 대해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사회면에서 한번씩 보게되는 '사고' 중 하나라고만 받아들였다.

그런데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듣고 알게되면서, 오늘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되면서 묘하게 닮은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 어떤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고 그것을 은폐하려는 세력과 공개해야한다는 세력의 갈등이 벌어진다. 물론 사망의 성격은 다르지만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혹은 성난 민중들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없었던 일'로 꾸미려고 무진장 노력했다는 것.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세월호 선장처럼...

 

그러나

역사는 모든 것을 기록할 것이다.

1987 영화처럼.


연세대 정문앞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이한열 열사 (1987.6. 9)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중 채수근 상병 사망 (202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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