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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래 Mar 31. 2023

33주, 고마운 이웃

33주
왼: 머리크기는 이미 37주인 포도…. / 오: 포도얼굴

블로그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예전부터 내 블로그를 구독해 주셨던 이웃의 댓글이었다. 이웃님이 난임으로 힘들었을 때, 우연히 내 블로그 글(나의 난임시절)을 봤고, 글이 좋아서 이웃신청을 했었다며 작년에 둘째까지 출산했는데, 작아진 옷이 많다고 나눔 해주고 싶으시다는 댓글이었다. 너무나도 정중하게 물어봐주셔서 내가 부탁을 받는 입장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로 답글을 달았다. 글 좋다는 말이 넘 기쁘다고, 나눔 해주시면 감사히 받겠다고. 그러고서 얼마 뒤 택배가 도착했다. 라면박스 크기의 상자 안에 작은 옷들이 예쁘게 개어져 있었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런 시간을 내는 게 참 힘든 일인데…. 옷을 정리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다.


글을 쓰고 여러 플랫폼에 글을 올린 지 꽤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가장 큰 목적은 언젠가 내가 쓴 글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고, 그것만을 목표로 하면 글쓰기가 재미없어진다는 걸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쓰는 이유는, 글쓰기가 주는 여러 가지 다른 좋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님의 댓글도 그중 하나다. 지인이 아닌,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글이 좋다는 말을 듣고, 그 마음이 어떤 호감으로 작용해서 교류가 생긴다는 게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글쓰기가 지칠 때쯤 이렇게 계속 써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슬슬 임신후기 증상들이 나타났다. 사타구니 통증도 점점 신경 쓰일 정도가 되었고, 자다가 숨이 차서 깬 적도 있었다. 아인이도 37주에 태어났던 터라 둘째도 빨리 나오려나 싶기도 했는데, 막상 배 모양을 보면 아직 아래로 처져 보이진 않는다. 예정일까지는 두 달이 남았다. 뱃속의 포도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자기 전에 “포도야 잘 자, 보고 싶어.”라고 속삭인다. 신생아를 기르는 건 지금보다 더 힘들겠지만, 왜 자꾸만 빨리 만나고 싶은 걸까. 그래도 천천히 만나자 포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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