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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May 11. 2020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창작자로 살기를 결심한 그때부터 오늘까지

작년 여름,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살며 심한 번아웃과 작업 속 '나'의 부재로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다.

브런치에 우울한 글을 몇 올리며 [이젠 나를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리되었고,

약 반년의 시간 동안 많은 슬픔과 우울을 생산적으로 바꿔보고자 노력했다. 노력은 다음과 같다.


0. 가장 먼저, 작업을 의뢰하던 감독/PD 등 주변인에게 나의 상황을 알리고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1. 나를 위한 작업을 하기에 앞서, 나와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다.

2. 꿈꾸는 모습과 비슷한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활동에 참여.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과 창작 모임을 꾸렸다.

3. 2에서 만난 사람들과 4개월째 매주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긍정하며 새로운 주제로 작업 실험을 하고 있다.

4. 나를 '프리랜스 디자이너'가 아니라 '창작가'로 규정 - 시나리오/연출 등 필요할 공부를 시작했다.

5. 온갖 SNS와 창작 플랫폼에 나를 알리고, 또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계정을 만들었다.

6. 극적인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원인을 생각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모으기 시작했다.

7. 뭐든 치열하다 싶을 정도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단기적 목표로 내가 직접 이야기부터 음악, 그림, 연출을 모두 만들 수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다.

아직 그럴듯한 결과물이랄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단 통장잔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극한의 사이버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만 빼면 행복하고 의지가 샘솟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 시작이고 변변치 않은 작업들을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정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감사하다.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은 '비전문가'로서 쏟아내는 습작들이 공해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도록 공부와 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쌓을 것인가와 어떻게 하면 나를 잘 알리고 유명해질 수 있을까?이다.


이렇게 하나씩 쌓아가면 될 것을 왜 나는 그 오랜 시간 슬퍼하고 우울했는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의 선택은 옳지 않은 것이었을까, 혹은 지금의 나의 선택은 옳은 것인가? 등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고, 지금의 나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전엔 남들에게 나의 노력의 과정 없이 한 번에 잘 해내는 천재과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끊임없이 주변에 나는 준비되고 유용한 인재이고 싶었고, 그렇게 나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업에 갈아 넣었다.

지금은 결과물을 떠나 온 세상에 나의 치열함과 간절함을 - 나의 이야기를 - 계속 알리고 싶다.

나는 아직 제일 사랑하는 일을 (오늘도) 놓지 않고 있음을.

그때도 나는 그림과 음악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다.


너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죽기 직전에 한 번 즘은 내가 만든 어떤 것으로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야기시킬 수 있다면 좋겠고,

영역을 떠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외로움을 덜고 싶다.

그러려면 나의 치열함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나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영상으로 음악과 그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스타그램도 열심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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