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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꾸고 초심도 바뀐 보쌈집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간막국수 두 번째 방문

by 가위바위보쌈

종종 가던 식당을 오랜만에 찾으면 바뀐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달마다 가는 이자카야는 주류 메뉴가 바뀌곤 하고, 분기에 한 번 정도 가는 식당은 신메뉴를 추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게 이름을 바꾸고 메뉴는 그대로이면서 음식의 양을 줄이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메뉴를 아예 바꾸거나, 가격을 바꾸거나, 구성을 바꾸는 경우는 있어도 음식 자체의 양을 줄이면서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내놓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늘 소개할 집은 이전에 두세 번 방문했고, 배달도 시켜 먹다가 오랜만에 다시 찾았는데 이름도 바뀌고 음식 내용도 바뀐 곳이다. 다소 지적하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최대한 절제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부디 이 집이 '돼지고기의 맛이 살아있는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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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본래 이름은 청간막국수였다. 바로 근처에 있는 청류벽과 형제이고, 우래옥의 냉면을 비슷하게나마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던 SNS 맛집이었다. 꼬리수육과 하이볼로 유명해졌는데 막국수, 보쌈으로도 꽤 괜찮은 곳으로 소문이 났었다.


그래서 작년에 찾았던 이곳은 생각만큼 맛있었고, 나쁘지 않았다. 돼지고기 본연의 맛이 잘 살아있었고 과하게 양념을 입히지 않은 맛이 무척이나 괜찮다고 느껴졌던 곳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은 이곳은 간판부터 바뀌어있었다. 청간막국수 대신 '청간옥'이라는 이름이었다.


가게 내부나 가게 전경 등에 대한 소개는 지난번 글에 담았으니 이번엔 넘어가겠다. 솔직히 간판 빼고 안의 모습은 하나도 바뀐 게 없었다. (https://brunch.co.kr/@redlyy/81)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시키고 나오는 시간이나, 음식의 구성이나 가격도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보쌈이 나오고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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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막국수의 보쌈과 청간옥의 보쌈

사진 왼쪽은 지난해 '청간막국수' 시절 찍었던 보쌈(돼지수육)의 모습이다.


당시 돼지고기의 부드러움과 특유의 돼지향,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움을 칭찬했는데 양도 적당히 많았다. 기본을 지키는 돼지고기의 맛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년이 지난 시점에 먹은 '청간옥'의 보쌈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혹시 사장님이 보쌈을 썰다가 몇 점 주워 먹은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양이 확연하게 달랐다. 참고로 이 사진은 단 한 점도 먹지 않은, 나온 그대로의 모습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양이 줄어들 수 있을까. 물가가 그만큼 급격히 올랐다는 이유일까.


만약 물가가 올랐다면 차라리 가격을 올리고 양을 유지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왜 양을 눈에 띄게 줄인 상태로 음식을 내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점 주워 먹고 나니 금방 고기가 사라져서 아쉬움만 남았다.


맛은 비슷했다. 부드러움도 나쁘지 않았다. 돼지향이 가득하진 않았지만, 꽤 괜찮았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맛은 잘 유지했는데 양이 바뀌다니. 개인적으론 절대 하면 안 되는 음식점의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1119_151950474_03.jpg 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간막국수 평양냉면

냉면은 그래도 가격과 양이 같았다. 참 아이러니하다. 식자재 물가가 고기만 오르는 걸까. 냉면 육수도 고기로 만드는 거 아닌가. 잘 모르겠다. 냉면 맛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냉면의 면에다가 보쌈 고기를 넣어서 먹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보쌈 고기가 적은 모습에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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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간막국수 감자전과 소수육

감자전은 무척 맛있었다. 짭짜름하니 감자가 살아있어서 먹기 편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이 가격에 이 정도 양과 맛을 유지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수육은 글쎄다. 그냥, 평범했다.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 그런 맛이었다.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에서 뭔가 변화를 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결같이 계속 똑같이 갈 수도 있지만, 약간의 변화는 식당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꾸는 일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리스크가 크기에 도박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하지만 이름을 바꾸면서 처음 느낌을 잃어버린다면, 누가 다시 그 가게를 찾을까? 부디 처음 그때처럼 청간옥이 푸짐하고 맛있는 고기를 내놓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이름도 바뀌고 초심도 바뀐 보쌈집, 청간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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