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앤비. 모르는 것보다 해본 것이 1개 더 많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circular quay에 가면 항상 보이는 세 가지가 있다.
1.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사람들
2. 원피스라기 보단 드레스에 가까운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
3. 비둘기인 듯 갈매기인 듯 희고 흔한 새들
호주가 더운 나라여서라고 하기엔 7월이 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손에 아이스크림을 쥐고 있다. 다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길래, 호주가 아이스크림의 본고장인 줄 알았다. 항상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들 콘에 스쿱 1-2개는 얹어서 먹고 있다.
대체 왜 유독 ‘아이스크림’을?
평일보다는 주로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이 되면 전철에서부터 화려하고 쿨한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대게 우리가 생각하는 원피스보다는 심플한 드레스에 가까운데, 은밀히 드러낸 노출이 섹시하면서도 어디선가 풍겨 나오는 우아함이 함께 섞여있다. 그들을 보면서 항상 속으로 묻곤 했다. 대체 저렇게 핫하게 입고 어디 가서 노는 거지!
시드니에 와서 다양한 동물을 접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갈매기가 비둘기처럼 아무거나 주워 먹고 비둘기가 갈매기처럼 운다. 바닷가 지역이라서 공원이나 길가에 비둘기보다 갈매기가 흔한 거 같은 데, 원래는 길거리에 비둘기가 있어야 되는데 갈매기가 더 많아서 뭐가 비둘기이고 뭐가 갈매기인지 분간이 잘 안된다.
도대체 너희는 정체가 뭐니!
시드니에 온 지 이제야 4개월 차인 나는, 여전히 newbie다.
이 곳에서 피시 앤 칩스랑 버거는 먹어봤지만 그래서 진성 호주 로컬들이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모르겠고, 주말이면 펍에 가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디의 어떤 펍이 재밌는지는 모른다. 겨울이 된 7월의 칼바람이 매서워 바람막이에 경량 패딩까지 단단히 여미지만, 반팔 반바지에 쪼리까지 신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지금이 어떤 계절이며 무엇을 입어야 하는 지도 헷갈린다.
그래서 일단 해보고 있다. 시드니와 아이스크림의 구체적인 연관성은 모르지만, 매번 아이스크림 스쿱 하나만 올려서 먹다 정식으로 돈 벌면서 스쿱 두 개 올려먹었던 기쁨은 안다. 있는 옷 없는 옷 다 꺼내서 핫하진 않더라고 미적지근하게나마 놀면서 어디가 무엇이 좋은 지 점도 찍어 놨다. 계절 옷차림의 정석이라는 게 없는 이곳에서 체질에 맞게 취향에 맞게 오려가며 살고 있다. 모르는 것도 실수도 많아 흔하디 흔한 좌충우돌, 실수 연발이지만 이런 흔한 수식어보다는 좀 더 특별한 단어를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