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위한 짧은 드라마, 짧은 글
예전에 인터넷에서 '우울한 사람에게 어쭙잖은 위로보다는 맛있는 삼겹살이나 파스타를 사주는 게 낫다'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웃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저는 상담적으로 제법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울함의 정도가 심한 사람에게는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귀찮을 정도로 에너지가 없습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인지적으로도 논리는 사라지고 감정적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화가 나다가, 눈물이 나는 등 감정이 왔다 갔다 합니다. 심한 경우 우울증을 감추거나 무의식적으로 우울증을 피하기 위해 밝은 척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이 양극단으로 심해지면 '조울증'이 됩니다. 결국 업되고 신나 보이는 사람의 모습 역시, 우울증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법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상담장면에서 우울증을 겪는 내담자에게 규칙적인 무엇인가를 과제로 줍니다.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이 마저도 어렵다면 최소한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산책하기 등.. 다양한 과업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에너지 수준에 맞춘 과업'이 필요합니다. 같은 우울증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먹는 것조차 귀찮고 힘들 수 있고, 누군가는 눈 뜨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본인이 지금 가장 최소한의 에너지로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지, 최소한의 에너지로 내가 겪고 있는 우울증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렇게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하고 일정 수준 이상 에너지가 올라오고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상담이라던지,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한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우울증을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과정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함부로 우울증에 대해 조언하거나 자신이 성공적으로 경험했던 행동들을 조언 합니다.
뛰어난 현자의 조언도 듣는 이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잔소리고 헛소리일 뿐입니다. 상대를 위한 조언과 충고, 행동이 일종의 폭력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주변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위로의 말보다 차라리 말없이 함께 있거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먼저 도움을 요청할 때 요청한 만큼만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