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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쯔 Dec 26. 2024

심리상담에서 내가 변화한다는 것은

 예전에 집요하게 상담의 효과에 대해서 물어보는 내담자분이 계셨다. 정말 심리상담만을 통해 자신이 변화할 수 있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물어보며 불안해했다. 나는 심리치료의 구체적인 과정과 실제 변화했던 내담자들의 이야기,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드렸다. 이후에 상담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던 내담자의 진짜 메시지는 '이토록 절망스러운 현실과 환경이 변화할 있을까?'라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상담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관점에서 심리치료는 크게 4가지 단계를 거친다. 


1. 인식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고통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방법은 개인마다 다양하다. 때로는 그림이, 글이, 심리검사가, 대화가 될 수 있다. 무엇이 되었건 간에 현재 내가 어떤 심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식하는 단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2. 이해


 이전 단계에서 인식한 것을 토대로 어쩌다가, 왜 나는 지금의 과정까지 오게 되었는지 의식적, 무의식적 관점에서 이해하게 된다. 가령 내가 강박과 불안이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했다면 이해 단계에서는 그 불안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싸움에서, 친구와의 이별에서와 같은 어떤 자극으로 인해 형성되었고 내 삶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3. 표현


 표현은 이른바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회피하거나 무시하거나 단순히 내 감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어쩔 줄 몰랐다면, 이제는 명확하게 내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해하며 정확하게,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절절하게 표현한다는 말을 때로는 '사실 위주의 이야기'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절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건, 고통 등으로 인해 과거에, 당시에, 혹은 지금 어떤 정서들을 느끼고 숫자로 표현한다면 몇인지, 색깔은 어떤 것과 유사한지,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느낌인지 등과 같이 세부적으로 표현하고 모든 느낌 뒤에 숨어있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를 꺼내 놓는 것이다. 


4. 통찰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저절로 내담자의 입에서 '아!'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나의 생각, 행동, 말 등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 통합적으로 느껴지고 이해가 되면서 새로운 깨달음, 의미의 재구성, 욕구, 목표를 가지게 된다. 이 과정에 다다러서야 비로소 치료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항상 이 네 가지 단계를 경험한 내담자에게 상담을 종결하며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상담을 받아오셨고 치유를 경험하시면서 종결을 앞두고 있는데, 주변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한 것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내담자는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럼 무엇이 변화한 것 같습니까?"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제 자신이요"


 물론 예외는 있다. 극적으로 환경이 변화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외부적인 환경과 분리되어야만 좋아지는 내담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딜 가던 나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주는 대상, 사건, 환경 등은 존재한다. 없다가도 결국은 나타난다. 그러면 우리는 매번 이럴 때마다 좌절하고 도망 다녀야만 할까? 그건 현명하지 못한 방식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언제건 나타나는 이러한 외부 자극에 스스로가 둔감해지고 의미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보고 누군가는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며, 누군가는 '반 밖에 없네'라고 말한다. 결국 사건과 현상, 외부 자극들을 받아들이고 의미를 만드는 것은 수많은 경험과 생각, 의미들로 만들어진 '내 마음'이다. 만약 단 1의 열등감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대화에서 화가 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리치료의 방향은 결국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과 '외부 자극에 대한 의미의 재구성'으로 향할 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처음에는 인정하는 것이 괴롭고 부정하고 싶고, 납득이 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내 마음이 진짜 원인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순간, 나를 괴롭혀왔던 자극들이 더 이상 나를 괴롭게 만들지 않거나 이전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결국 내가 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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