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ug 08. 2024

벌면서 여행하는 40대 부부의 주식 폭락장 대응법

매수 vs 매도, 당신의 선택은?

2024년 8월 5일 월요일 14:14      주식시장이 멈추었다.

 

앱을 껐다가 켜보았지만 어떠한 숫자도 바뀌지 않는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8% 이상 폭락하며 시장이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주가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종일 주식 앱을 드나들다가, 그 순간을 직관하고는 나의 이성도 덩달아 정지되는 듯했다.

 


조정장 첫 경험

     

우리 부부는 올 2월, 서울 아파트를 전세 두고 제주로 한달살기를 떠나며 본격 투자를 시작하였다. 벌면서 여행하자는 목표를 가지고서 말이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계좌를 볼 때마다 광대가 승천했다. “우리 이 삶을 선택하기 정말 잘했다.”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


지난 4월 주식시장 조정 시 수익을 다 반납하고 원금까지 깎인 때가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하는 부부라 수익처라고는 투자수익뿐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중동 전쟁 가능성이 불거지며 주식, 채권 모두 하락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며 버텼다. 신경을 돌릴 것을 찾아 남편은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는 글쓰기 비대면 수업을 들으며 주식 외 다른 일에 집중했다.

      

용기 내어 얻은 선물 같은 시간을 한숨으로 보낼 순 없었기 때문이다. 조정은 앞으로도 수없이 올 텐데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까지? 변동성 최고 8월 주식장


4월의 조정은 짧았고, 그 후 미국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연달아 들려왔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오히려 주식 매도 시점을 고민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끝없이 달릴 것 같았던 증시가 7월 중순부터 주춤주춤 하락하더니 8월이 되니 널을 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나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마다 말이 달라 더 혼란스럽다. 단순 조정장이니 기회로 생각하고 매수하라는 권유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으니 탈출하라는 공포 조장까지 의견이 다분하다. 


미국 제조업 지수 등 여러 경제 지표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특히 7월 말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은 삼의 법칙(Sahm's rule)*을 적용하면 이미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Sahm's rule : 미국 실업률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월 치 중 최저치보다 0.5% 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


그러나 4% 초반대라는 실업률 절대 수치, 서비스 지수 등 어떤 지표는 견고한 편이라 침체라고 단정 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일개 개미가 어찌 알겠는가. 

침체인지 조정인지는 몰라도 미국 경기 성장 둔화, 일본 금리 인상 여부, 중동전쟁 등 불안이 깔린 시장이라 앞으로 나올 수치 하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변동성이 크겠다는 추측을 할 뿐이다. 

    


긴급 부부회의 결과


4월 조정장에서는 매수/매도하지 않고, 채권 : 주식 : 코인을 60 : 25: 15로 애초의 투자 비율대로 유지하였다. 당시엔 주식 관심을 잠시 끄고 다른 재미와 신경 분산 거리를 찾았으나, 이번엔 부부 회의를 통해 투자 비율을 조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엔비디아부터 시작하여 남편은 본인 계좌에 있던 미국 기술주 전량을 7월 내에 매도하였다. 


나는 경기 민감도가 덜한 배당주를 위주로 매수했기에 버티다가 지난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조금씩 매도하고 있다.


소나기는 피하고날이 개인 걸 확인하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24년 8월, 투자 6개월 만에 우리 계좌의 구성이 바뀌었다. 주식을 반 이상 팔아 현금 비중을 높였고, 상황을 보아 채권이나 리츠 etf(부동산) 혹은 주식을 추가 매수할 예정이다.



조화를 이루는 삶


미국 증시가 시작되는 10시 반, 호가창을 보고 있다가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일까 봐 밖으로 나간다. 낮은 더워 밤에, 그것도 미국 주식시장 시작 시간쯤 인근 학교 운동장을 돈다. 땀을 흘리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나면 복잡한 머릿속 열기마저 식는다. 운동 덕분에 뱃살이 약간 빠졌고(대전 빵 살로 늘었던 배 둘레가 2cm 줄었어요!) 멘털을 지키며 자산도 키우고 있다. 


주식조정이 올 때는 괴롭지만 지나고 나면 오히려 투자, 여행, 자기 계발이 발란스를 맞춰가는 것 같다.

     

비록 내일부터 주식이 원상복구 된다 해도 반은 남겨두어 다행이라 위안하기로, 경기 침체 쪽으로 기울어 폭락한다고 해도(그러지 않아야 하고, 않겠지만) 반은 팔아 다행이라고 안도하려 한다.  



전쟁이 난 것도, 팬데믹 상황 발생도 아닌데 뭘 이렇게 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