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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07. 2024

올 가을 단풍 여행 적기는 언제일까?

단풍 빼고 모든 게 좋았던 담양, 순창 단풍여행

여행을 좋아하여 지방을 꽤 돌아다닌 편인데 이상하게 전라도를 간 적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몇 차례 씩 거듭 방문했던 전주와 여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라도 지역 여행은 다 합쳐봐야 대여섯 번쯤 되려나 싶다.


원래 올 가을에 하려 했던 전라도에서의 한달살기가 무산된 것이 서운하기도 하였고, 이왕이면 안 가본 지역에 가고 싶어 여행 속 여행 2탄으로 전남 담양&전북 순창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여행 속 여행 1탄 하동편은 지난 글을 확인해 주세요 ↓)  

하동에서 보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숙소, 소아르 빌리지


담양에서의 3박 4일 중 1박 2일은 이모네 가족과 함께하게 되었다. 이모부, 이모, 사촌동생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지낼 숙소를 찾았다. 두 가족이라 약간의 공간 분리가 되길 원하여 2층집에 화장실 2개가 딸린 집을 예약했다.


숙소가 깨끗한데다 예쁘고, 단지는 유럽식으로 꾸며져 산과 뾰족한 지붕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메타 프로방스와 가까워 위치 또한 좋았다. 부티크 호텔과 펜션이 절묘하게 합쳐진 느낌인데, 가격이 너무 합리적(평일 1박 7만 원 대)이라 30대부터 60대까지 5명 모두가 만족스러워했다.   



#음식, 이래서 음식은 전라도라 하는 거구나!


전라도 여행을 준비하며,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진짜 전라도 음식이 그렇게 맛있나?


담양의 대통밥(대나무 통에 나오는 밥) 식당에서 첫끼 식사를 하였다. 메인 음식과 밑반찬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 김치를 맛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풍부한 양념이라니!

"그동안 먹은 김치는 빨간색만 입힌 거였네."

감탄하며 김치를 리필해 먹었다.


그뿐이던가. 순창 한식집에서의 떡갈비&생선구이 반반정식은 가성비가 어찌나 좋던지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2024년에 이 가격(인당 15,000원)에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주시면 식당은 남는 게 있긴 하는 건지 감탄 반, 사장님 걱정 반을 뱉으며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순창에 간다면 재방문 의사 100% 식당이었다.


#순창맛집추천 #대궁 #내돈내산

여행에서 남는 게 사진과 음식이라면 전라도는 훌륭한 여행지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을 걷다


평일 오전, 메타세쿼이아 길을 천천히 걸었다. 길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람은 거의 없고 키가 큰 나무가 양옆으로 둘러싸고 있어, 산책을 하다 저절로 철학자가 되는 시간을 가졌다.


남편과 나는, 우린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왜 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 과학, 신학, 철학적 대화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남편과 가장 많이 하는 대화의 주제 중 하나이나, 정답이 없기에 같은 주제로 수차례 이야기해도 늘 새롭고 재미있다.


우리 부부의 MBTI 성격은 4개 다 달라도 삶의 가치관이나 지향점, 성향은 비슷해서 다행이다.

'다르다', '정반대다' 하면 다른 면만 보이다가 '비슷하네' '신기하게 같구나' 하면 그때부턴 같은 점만 보인다.


 

#단풍 빼고 다 좋았던 강천산 단풍구경


11월 5일,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이모네 가족과 함께 강천산으로 단풍구경을 나섰다.

산 입구의 나무들이 그러데이션으로 색이 변하기 시작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물들어 있을 거라 기대했다.


등산이 아닌 산책길을 선택하여 고도의 변화가 없어 그런지 단풍은 아직이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단풍구경이 기대 1순위였는데, 일정을 한 주 늦출걸 그랬다.

 

올해 늦더위가 기승이긴 했지만 11월 초에는 단풍이 들거라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전국의 단풍 시기를 찾아봐도 인근 내장산이 11월 5일로 나와있었다. 빠알갛고 노오란 단풍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푸르뎅뎅 누렁이였다.


입구에서 파는 군밤 한 봉투에 5명이 손을 어넣어가며 서로 까주고 까먹으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비록 단풍은 덜 들었지만, 길 옆의 폭포를 감상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걸었던 산길이 좋았다. 함께 웃고 떠들며 또 하나의 추억을 나눈 시간만으로 행복했다.


숙소, 음식, 날씨, 여행구성원 등 모든 게 좋았던 담양, 순창 여행이었다. (소곤소곤, 단풍만 빼면...)

 

강천산 입구


자고 일어나니 외투가 생각나는 날씨로 바뀌었다. 하루가 다르게 강산의 색이 변하고 있어 예쁜 계절을 하루라도 더 누리고 싶어 마음이 동동거린다. 담양에서 거제도로 돌아오자마자 다음 주 여행 계획을 짠다. 단풍 절정을 놓칠 수 없다는 마음의 다그침에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이게 된다. 다음 주에는 어디로 떠나볼까?


인생에서 이렇게 놀아본 적이 있었나,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또 오려나. 앞날에 대한 고민과 채권가격이 급락한 계좌는 잠시 덮어놓고,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누리고 즐기려 한다.

 

참 좋다, 내 인생 40대의 갭이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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