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사항 : 사진, 합의,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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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화 달랏 한달살이 첫날,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다.
우린 어쩌자고 숙소 29박 30일 치를 한 번에 덜컥 예약하고, 한 달 비용을 모두 결제했던 것일까.
여행 전 숙소를 알아보기가 매우 귀찮았는데, 가끔 사람 속마음까지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알고리즘이란 녀석이 '달랏 숙소 추천' 영상을 데리고 왔다.
평소에 즐겨보며, 나 홀로 내적 친밀도와 신뢰가 쌓였던 파이어족 관련 채널에서 다룬 정보였다. 투자에 있어 믿음이 갔던 유투버라, 달랏의 한달살이 숙소를 결정할 때에도 그의 추천을 따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선.
돌이켜 보면 '내가 왜 그랬을까?' 이해가 안 가는데, 때때로 그럴 때가 있다. 단순히 귀찮아서, 또는 나보다 저 사람이 더 잘 아는 것 같으니까, 혹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으로, 덮어 놓고 누군가를 믿고 따르고 싶어진다. 불행히도 나의 이번 경우는 그 결과가 매우 안 좋았다.
반성과 후회는 여기까지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앞으로의 일이나 해결해야겠다. 숙소에선 도망쳐 나왔으니 환불 요청을 해보려 한다. 에어비앤비 숙소 환불받기가 까다롭다고 들었지만, 시도는 해봐야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다.
싸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호스트와 합의가 되어야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나이스하게 접근하자.
에어비앤비 앱의 '예약 내역' → '도움받기(에어비앤비 지원팀에 문의하기)' → ai 채팅 창이 열린다 → 원하는 내역을 클릭한다.
우리나라 ai 채팅만큼 빠르지 않다. 매우 천천히 진행되므로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채팅에 응하자.
속 터지게 느린 채팅을 여러 번 주고받은 끝에 환불이 결정되었다.
다시 정리하면, 에어비앤비 환불을 위해선 ①사진 찍어두기, ②호스트와 합의 도출이 중요하다.
며칠 뒤 내 계좌로 환불금이 들어왔다.
호스트와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한 남편의 대응 덕분이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그는 "숙소에 장점도 많으나"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속도 좋지! 진심, 리스펙트다.
어찌 생각하면 당연히 받아야 했던 돈인데, 반 포기했던 것이라, 환불이 되자 공돈이 생긴 것 같았다. 숙소 주인도 미안했는지, 체크아웃 일정을 하루 더 빨리 하는 것으로 바꾸어주어, 에어비앤비 측에서 알려준 금액보다 조금 더 받았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으로 단순하여, 그의 큰 실수는 어느새 잊고 작은 호의에 마음이 풀렸다.
첫 숙소는 액땜이었다 생각하고, 마음을 리셋해야겠다.
"나의 달랏 한달살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대신 영상 무작정 따라 하기는 그만두고 우리가, 우리 스타일에 맞게 정해 나갈 것이다.
유튜브 보기를 줄이고, 그 시간에 스스로의 마음을 좀 더 들여다봐야겠다.
이 여행은 남편과 나의 여행이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남의 기준과 내 기준이 같을 순 없고, 남 따라하는 여행은 뻔하지 않은가.
이제부터 진짜 재미있게 지내보자.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에서!
휘유~유튜버 따라 하다 폭싹 망할 뻔 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