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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딩러 May 26. 2021

상장의 위대함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것

작년 코로나가 시작되고부터 일본의 상황은 무엇하나 나아진 것 없다.

오히려 지금 발령 중인 긴급사태 선언을 연장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회사 상황도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제한된 인원과 시간 속에서 얼마나 일을 효율적으로 생산성 있게 해내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덕분에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부터 쭉 -현재 진행형이다- 과도한 업무 양과 스케일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머리털은 한 뭉터기씩 빠졌고 아직도 탈모 샴푸를 쓰고 있다.

온라인 회의인데도 시작하기 전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배가 아프다.

컴퓨터를 꺼도 금방 쌓일 메일과 업무가 신경 쓰인다.



(2월에 쓴 브런치 글의 상황에서 크게 달라진 점 없다)



내 모든 것을 쥐어 짜내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회사에서 평가와 보상은 돌아오지 않는다. 마치 길고 지루한 시간의 터널을 걷는 느낌이었다.


극적으로 좋아진 상황은 그 무엇 하나 없지만, 오늘 터널 속 빛 한 줄기 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어워드 수상 소식.

우수사원으로 추천받아 상과 부상(무려 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분기별로 한 번씩 회사 전체에서 실시하는 표창제도인데 수상자 지정은 부서 별로 이뤄진다.

대체적으로 부서 별로 한 팀, 어떤 성과를 낸 어떤 팀이나 개인이 받는다.


입사하고 만으로 3년이 되었지만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동경하는 상이 었다.

입사 후 2년간 급여팀에서 코 박고 일해서 뚜렷한 성과라는 게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매 분기 별로 다른 팀 누군가가 수상하는 건 부러운 일이었다.


작년 3분기 때 나도 처음으로 수상을 해보긴 했는데, HR안에서 받은 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채용 관련 공로상을 추천해줘서 받았다. 공로상이었기에 내가 뭔갈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었고 팀 멤버로서 모두의 결과에 대한 보상이었기에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메일함을 여니까 어워드 사무국에서 연락이 와있는 것 아닌가.


축하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어워드 수상이 결정되셨습니다!

나를 추천해준 추천인 이름, 추천 이유, 프로젝트 명이 써져있었다.


어젯밤 늦게 자서 쌓인 피곤함과 조금 쳐져있던 기분이 풀리는 쾌감.

나도 드디어 상 받는 거야?!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학교에서 받던 상들 말고 사회에 나와서 내 노력과 결과로 상을 받는 건 처음이 아닌가.

누군가는 알아주는구나.


끄덕끄덕.



그리고

다음 메일을 클릭했다.


딸칵.


축하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어워드 수상이 결정되셨습니다!

또 다른 내용으로 나를 추천해준 추천인 이름, 추천 이유, 프로젝트 명이 써져있었다.



다음 메일을 클릭해보았다.


딸칵.


축하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어워드 수상이 결정되셨습니다!

또 다른 내용으로 나를 추천해준 추천인 이름, 추천 이유, 프로젝트 명이 써져있었다.



이럴 수가.

어워드 3개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 중 하나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효율화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특별상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이 글을 쓴 뒤로 효율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직하면서 여태껏 어워드 3관 수상자는 본 적이 없다.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고, 그냥 순수하게 기뻤다.


5~6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처음 와서 울면서 일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울면서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떼썼었다.

나는 HR이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내 적성은 따로 있어 라며 계속 부정했다.

외국계 기업이라 해도 정사원은 일본인이 99%인 이 회사에서 외국인으로 이렇게 인정받는다는 게, 참 기분이 묘했다. 그간 생각했던 것들, 고민했던 것들, 방황했던 것들, 내 희로애락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월급이 폭발적으로 오르거나 파격 승진을 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상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참 기쁘다.

평가와 보상은 제때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이렇게 묵혀두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것도 가끔 효과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본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고 오히려 시작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롱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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