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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L Mar 23. 2022

전기차 충전이 지겨운 모든 분들께

전기차 충전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는 나의 모든 방법들

19년 여름부터 나와 함께 한 코나 일렉트릭. 수천시간, 수만 킬로미터를 함께했다. 그리고 수백 회의 충전이 있었다.

(그 사이 배터리 리콜도 착실하게 받았다. 불 나지 말자..)


충전시간은 아직까진 전기차의 숙명 같은 존재다. 차는 항상 사람을 위해 기다리는 존재였는데, 전기차라는 존재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다리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이따끔씩 일어나는 주종 관계의 전환이랄까. 주인의 시간과 공간 활용의 폭을 늘려주기 위해 일정 시간 동안 자기 자신도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야하는 셈이다. 마치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절, 말이 휴식시간과 먹이가 필요했던 것처럼….


충전시간을 혁명적으로 줄일 수 없다면 주인으로선 오매불망 충전되기를 기다리며 에너지를 빼앗기는 대신, 차를 충전하는 시간 동안 생산적인 일을 하여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전기차를 구매한 것에 대한 후회를 줄이는 것이 좋다.


나만의 시간 활용법


0. 인센티브를 떠올린다

우선 충전하러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 입간판에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휘발유값을 보면서 한번 씩 웃어주는 것으로 충전은 시작하자. 물론 유가가 오르면 전기 발전 단가도 오른다. 하지만 당장 나에게 전가되지 않는 비용이니 나의 기분을 좋게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상이 필연적이라 걱정되긴 한다.)


1. 책을 읽는다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도 어색한 방법이다. 마치 학창 시절 쓰는 신상명세서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는 것과 비슷하다. 평소 책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분에겐 고역일 수 있다. 하지만 작년 새해에 책 읽겠다고 다짐하며 사 놓은 책이 변색이 되며 책장 한 구석에서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텐데, 전기차 충전을 핑계로 책을 한번이라도 잡아보는게 어떨까.

1. 1. 도서관에 갈 때 충전한다

개인적으로 3주에 한번은 꼭 책을 빌리러 가는데, 도서관 바로 앞에 주차하지 않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5분 거리 충전소에 차를 충전해놓고 도서관을 다녀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어차피 읽지도 않은 채 반납하게 될 운명의 책 5권과 함께 오늘도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불편을 감수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돌아올 수 있다.


2. 충전 시간을 운동 가는 시간으로 바꾼다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급속충전기가 대부분 공영주차장, 관공서, 공원 주차장 등 공공장소에 설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충전을 해놓고 나는 가벼운 조깅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보통 충전시간은 40분 정도인데, 그 정도면 평소 런닝을 하시는 분들은 5키로 내외를 뛸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40분을 채운다. 저질체력) 어차피 할 운동이라면, 어차피 할 충전이라면! 이렇게 겸사겸사 자기관리와 엮어 처리하는 것은 어떨까.

* 운동이 싫다면 산책이라도 해보자.

충전 장소로 애용하는 집 근처 공원. 충전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감삼해보고 주변에 관심을 가져보자.

3. 취미 생활을 한다

한번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을 할 때였다. 책은 없고, 차 밖은 너무 추웠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충전시간 35분이 남았다. 돈 쓰기도 싫었다. 불현듯 뒷좌석에 플루트가 있는 것이 기억 나 차 안에서 플루트 연습을 했다. 방음도 잘 되는 아주 완벽한 연습실이었다. 단, 옆에 충전하러 온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용기도 필요했다. (완전 무아지경이었지..)

요즘 좋은 차량용 테이블 제품도 많으니 공부나 독서에 활용해도 좋다.

충전 때문에’와 ‘충전도 할 겸’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분명 전기차는 수년 내에 대중화가 가속화될 것이고 충전에 대한 수요와 사람들의 경험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퇴근 후 아파트, 혹은 주택의 주차장에서 밤새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방법으론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급속 충전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을텐데…


기존 사회 인프라에 전기차 충전소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동시에, 전기차 사용자들도 충전 시간을 가치있고 재밌게 사용할 수 있는 재치를 발휘한다면, 보다 행복한 모빌리티 생활을 누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분들만의 충전시간 활용법도 궁금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신 분들,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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