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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EL Aug 21. 2020

공군 신임 소위가 전기차를 산 이유

합리성보다 환경보호에 대한 신념으로 전기차 구매하기. 하지만 알고보니?

1. 발단


     차를 구매할 때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마 가격일 것이다. 나처럼 사회초년생일수록 차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격이라는 요소는 상장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기지 내에서는 30km/h 속도 제한이 있어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유지비가 많이 들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하이브리드나 순수전기차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이동이 많아 경차는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가격, 사회적 위치, 디자인 외에도 중요한 의사 결정 기준이 한가지 더 있었다.

 

바퀴를 아무리 굴려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마법 같은 차 - 코나 일렉트릭

    대학생 때 환경문제를 다루는 수업을 듣고 환경보호에 관심 갖고 있던 나는 차를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보호를 구체적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최근 엔진 기술 및 매연 저감 장치의 발전으로 유해 가스 배출이 줄었다고는 하나, 화석 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잡을 수 없다. 주행거리가 많은 내가 내연기관 차량을 이용하면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다. 그리고 매연을 뿜는 차 뒤에 정차했을 때 느꼈던 불쾌감을 다른 사람에게도 주기 싫었다. 


전기차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그 나름의 경제성을 띠고 있다. 연료비는 비교도 안되게 저렴하고(휘발유 대비 최소 3분의 1, 최대 10분의 1. EV전용 신용카드 사용하면 그마저도 50%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공영주차장 50% 할인 등.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겠지만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상쇄할 수 있다. (보조금 받은)차량 구매 비용 및 유지비가 내가 생각한 예산 범위 내로 들어옴을 확인하고, 간부숙소 지하주차장에 충전시설이 있다는걸 확인한 후엔 나는 거침이 없었다. 차 자체가 간절하기도 했지만, 동급의 차량에 비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도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를 더 설레게 했다. 

간부숙소 지하주차장에 있는 220V 충전 콘센트. 충전요금은 건물 관리비에서 빠지지 않고 별도의 요금제로 차주에게 청구된다.


    하지만 계약을 하고 생각해보니 단순히 연료를 태우는 엔진이 없다는 이유와 자동차 제조 업체의 광고로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전기차가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친환경적인지 고민한 적은 없었다. 정말 나 한 사람 전기차 탄다고 드라마틱한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일까. 


2. 전기차의 친환경성 - 바로 알자


휘발유를 먹는 코나 1.6T의 주행거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4g/km다. 그와 비교하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코나 일렉트릭을 타고 다닌 8개월 동안 약 15,000km 주행했으니 산술적으로 2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절감한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 자료에 의하면 40년된 나무가 1년에 1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40년된 나무 약 300그루가 같은 기간 했을 역할을 대신한 셈이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일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서 공개한 2018년 에너지원별 발전량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발표한 에너지원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반으로 2018년에 대한민국에서 생산한 전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보았다. (2019년 통계는 2020년 6월 공개 예정이라 반영하지 못했다.) 

데이터 출처 : 전력통계정보시스템,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론은 2018년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단위 전기용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적으로 530g/kWh이다. 코나 일렉트릭의 공식 인증 전비는 5.6kWh/km이므로 이를 g/km로 환산하면 약 95g/kWh인데, 아쉽게도 이는 코나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하거나 많은(82~92g/kWh)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전력 수송 및 충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생각하면 실제 배출량은 더 높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맞춰 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약간 증가하여 2018년에 비해 단위 발전용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소 감소했겠지만, 우리가 순수전기차에 기대하는 친환경성을 보여주진 않을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고도 전기차를 친환경 차량이라고 말해도 되는것일까?


내연기관은 필연적으로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방법으로 운동에너지를 생산해내지만, 전기차는 에너지원이 다양하다. 전기를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로 생산할 수도 있고, 바람의 운동에너지로 생산할 수도 있으며, 물이 댐에서 떨어지는 중력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현재 내가 타고 있는 전기차 운행에 필요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면, 전기차가 운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절대량은 감소할 수 있다. 다시 이야기하면, 전기차를 탄다고 당장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을 줄일 수 없으나, 전기 생산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 기반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했지만, 전기차는 다른 이유로도 친환경적이다.


첫번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기타 유해가스를 시내 한복판에서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두번째, 회생제동으로 브레이크를 적게 사용하여 브레이크 분진 양(=미세먼지)이 적다. 

세번째, 코나 일렉트릭은 공인 연비(전비)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시내 주행시 평균적으로 8km/kWh(인증 도심 전비 6km/kWh)는 기본. 회생제동을 최대한 활용해서 연비 주행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3. 친환경을 매력으로 표현하는게 미래의 숙제


"여러분은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금전적으로 얼만큼 희생할 수 있나요?"


대학생 때 환경보호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셨던 질문이다. 죽어가는 북극곰의 영상을 본 뒤에는 누구나 "월 10만원이요! 아니, 20만원은 할 수 있죠"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체를 느끼지 못하고 당장 효과를 못보는 환경보호의 이유로 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익숙하던 생활 양식을 고쳐야하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의 대답은 전혀 다를 것이다. 


친환경이 더 많은 지지를 얻으려면 단순히 효율성을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돈만큼의 매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기술이고, 디자인이고, 사람의 지혜이다.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는 환경운동가가 되기보다, 친환경적인 매력적인 것으로 변환할 수 있어야 앞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친환경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만이 선택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전기차를 구매하여 이용할 생각이다.  나 하나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차 한대 뿐일지라도, 이 소비가 환경보호 관련 기술들에 투자가 될 것이고, 이러한 기술 기반이 언젠가는 주류가 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기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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