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카 Nov 18. 2020

코로나 시대.. 다시 100% 재택근무

사실 봉쇄가 풀린 이후에도 일주일에 이틀 혹은 사흘 정도만 회사로 출근했었기에 이제 재택근무는 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제네바 칸톤은 3주 전  일요일에 기습적(?)으로 semi-lockdown을 선언했다. 그래서 나 역시도 두 번째 100% 재택근무 3주째이다. 


3월의 첫 번째 봉쇄령 때에는, 답답하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 하지만 어느새 재택근무에 익숙해져서인지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다. 다만, 지난 몇 달 동안에는 원한다면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할 수 있고, 동료들을 만날 수 있고,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 수, 뉴스에서는 제네바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이 이미 포화상태라 헬리콥터로 독일어권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스위스에서는 제네바 칸톤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하고, 어느새 내 주변에서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 어제 스위스 TV 뉴스에서는 스위스의 '코로나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전반적으로 독일어권보다 프랑스어권에 코로나 환자수가 월등하게 많고, 독일어권과 프랑스어권이 함께 있는 칸톤(발레나 프라이부르크 같은)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런저런 분석이 있긴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몰라서 미스터리라고 한다. 여하튼, 스위스의 코로나 핫스팟에 살고 있는 나이기에 의식적으로 조심을 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잠정적으로 내년 1월 말까지는 재택근무가 계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최소한 2달 넘게 재택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만의 재택근무의 룰을 정해서 지키려고 노력한다. 


- 아침에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옷을 갈아입은 후 '출근'하기: 예전에 재택근무를 좋아했던 이유가 파자마를 입고 일할 수 있어서였는데, 이 일상이 계속되니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출근을 하려고 애쓴다. 


- 점심 식사 후에는 꼭 1시간 동안 '외출'하기: 사실 사무실에 있어도 점심시간이 따로 없지만,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외출할 일이 없어져서 4일 동안 집 밖을 안 나간 적도 있다. 움직일 일이 없고, 바깥공기를 마실 일이 없으니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아, 점심을 정한 시간에 먹고, 1시간 동안 공원을 산책하거나 잠깐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슈퍼를 가거나 하면서 최소 1시간은 외출하고 움직인다. 확실히 생활에 활기가 조금은 도는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해가 짧아진 겨울에는 점심때 햇빛을 보는 게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 동료들과 virtual tea time, virtual apero 하기: 사무실에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차나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소소한 기쁨인데, 혼자 사는 외국인인 나는 거의 모든 사회생활에서 고립이 되게 되었다. 그래서 업무 시간 중에라도 15분-20분 차 마시며 이야기하자고 동료들에게 내가 먼저 제안하고, 업무 시간 이후에는 아페로로 만나서 줌으로 와인을 마시면서 수다를 떤다. 


- 퇴근하면 컴퓨터와 서류를 치우기: 집에 따로 업무용 책상이 없어서 일이 끝나면 업무용 컴퓨터를 끄고 서류를 챙겨서 회사 가방 안에 넣어서 역시나 일이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 저녁에 다음날 먹을 도시락 준비하기: 집에서 일하면 도시락을 준비할 필요가 없지만, 역시나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기 위해서 출근할 때처럼, 다음날 점심에 먹을 음식을 밀폐용기에 담아서 챙겨둔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식사 후 외출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점심때는 또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서 좋다. 


재택근무가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이런 룰을 정한 게 도움이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해야 할 일을 큰 문제없이 처리하고, 코로나 블루를 느끼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영원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재택근무보다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고, 보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사무실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별 것 없는 주말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