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ychelistic Apr 20. 2023

디지털노마드 라이프 스타터 팩

디지털 노마드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 미리 알아야할 사전 가이드 총정리


우리의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따라서 운명도 끊임없이 변한다. 다들 저마다의 이론과 방식으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려고 하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삶은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을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펼쳐 나간다. 자칫 방심하는 순간 눈 깜짝할 새 속수무책으로 미지의 소용돌이에 휩쓸려가기 십상이다.


나에게 찾아온 변수는 '브렉시트'였다. 유럽 정착을 위해 오래 준비해 왔던 목표와 계획들이 초기화되면서 잠깐 쉬어가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귀국했다. 항상 바쁘게 지냈지만 결국 이 모든 게 '나는 괜찮다'라며 전혀 괜찮지 않은 나에게 최면을 걸고 있을 뿐, 나의 마음은 난파선과 같이 부서진 파편에 매달려 점점 더 먼바다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뭘 하고 있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 하는 질문을 수 없이 되뇌었다. 내 인생 최초로 찾아온 우울증이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보니 저 먼 곳에 두고 온 나의 세상이, 어렴풋이 비치는 따스한 햇살이 그리워 눈물이 났다. 누운 채로 울다가 돌아보니 창밖에 꽃이 피고 있었다. 봄이 온 줄도 몰랐다. '한국은 아직 너무 추워. 따뜻한 나라로 가자.' 그렇게 배낭을 꾸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하면서 바라보는 바다뷰. 태국, 코쿳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우연찮게 햇살 같은 사람들에게 이끌려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그들의 마음을 배우고 그들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면서 내가 원했던 삶의 모습을 그려 나갔다. 이것이 내 노마드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다만 사전 준비 없이 뛰어든 터라 무수한 시행착오를 뚫어야 했고 그래서 많이 아팠다.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맞았더라면 조금은 덜 아팠을 법한 사건들로 써 내려간 '노마드 라이프 스타터 팩'을 공개한다.


꺾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

노마드로 데뷔한다는 것은 시간과 장소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나의 선택과 집중에 따라 펼쳐질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주도적으로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노마드의 길에서 당신의 모든 선택은 생존과 직결되고 모든 책임은 홀로 져야 한다.


시간관리도 재무관리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원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그 진행 경로가 다 달라서 플랜 B로도 모자라 열려 있는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자비와 도움을 바랄 수 있을지 몰라도 노마드에게 기댈 곳이란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유의할 점은 내가 왜 이 삶을 선택했는가? 왜 이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어떤 모습의 노마드로 살아갈 것이며 어떤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가 싶은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찾아서 머릿속에 반복해서 그리다 보면 어떤 환경에서도 당신을 무너지지 않게 받쳐 줄 단단한 마음의 기반이 생겨날 것이다. 당신의 노마드 라이프에서 꺾이지 않을 마음은 무엇인가?


안전한 계약서

지금 든든한 직장이 있어도, 앞으로 몇 달은 함께할 고객이 있어도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사정은 돌고 돌아 가장 마지막에야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에게 도달할 것이다. 지불 연체와 연락 두절과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안은 딱히 없다. 따라서 디지털 노마드는 수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며 똑똑한 계약을 해야 한다.


구두로 협의된 사항이라도 모든 내용을 제안서와 계약서에 기입하여 친필 서명을 받아야 한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선금, 계약금, 중간 정산금, 총 정산금, 추후 정산금 등 일정과 금액을 명시해야 하며 시급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가능한 상황에 따라 금액을 다르게 책정한다.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여 저작권 및 이용권이나 지불 연체 시의 불이익을 고지하는 내용을 약관에 따로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불편한 내용일지라도 미리 공적인 독촉 과정을 정해두어야 추후 서로 민망하지 않다. 1일, 1주일, 30일 등 계약서에 정한 연체 기간에 맞춰 문서를 발송한다.


고지서를 발송했다면 지불이 될때까지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잊고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피해가려면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이 예치한 금액을 완료 시에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수입의 다각화

당신의 수입이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그 고객을 잃었을 때에 입을 경제적, 정신적 타격은 노마드 라이프를 접게 만들 만큼 막대할 것이다. 이를 대비해 수입의 다각화를 통해 잠재적인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는 일인 운영 회사와 같아서 스스로 내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어느 만큼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항상 연구하고 이에 기반한 셀프 브랜딩과 마케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고 잠재 고객과의 관계도 미리 형성해 두어야 한다.


카페에 일러스트 그려서 푼돈 버는 중. 발리, 우붓

회사원에 비해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노마드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이 가능하다. 본업 외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연구해 보자. 당신의 소소한 취미와 잔재주가 든든한 부수입원이 되어 줄 것이다.  블로그나 SNS, 저작료를 받을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활동 등으로 꾸준한 수입원을 만들어 놓자. 심지어 '디지털'이 아닌 영역인 강사, 보모, 사진사, 길거리 버스킹까지도 섭렵하게 될지도 모른다.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스킬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틈틈이 갈고 닦자.


인간관계 다각화

노마드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여행길에서 만난 노마드들과 어울리다 보면 오토바이를 모는 유목 민족을 이뤄 함께 국경을 넘어 다니기도 하고, 함께 집을 구해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꾸리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로 어떻게 흩어질지 모르는 게 노마드 사회이다. 갑자기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에 찾아올 적막감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어디서든 지속 가능한 나만의 일상 루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가는 단골 식당이나 카페에서 오고 가는 따뜻한 인사로 작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로컬 친구들을 사귄다면 관광객으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많은 히든 플레이스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노마드가 밀집해서 살아가는 지역에서는 혼자서도 참가할 수 있는 활동이나 클래스들이 많으니 밋업 이벤트나 페이스북 그룹을 검색해 보자.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주기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마음 맞는 멤버들끼리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노마드 네트워크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때문에 어딜 가든 각종 꿀팁과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소중한 통로다. 당장은 집 밖을 나서는 게 귀찮게 느껴질지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넓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쌓아두자.


지역 선정

디지털 노마드는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무수한 자유의 갈림길에서 하나만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 나도 이전엔 항공권 예매 사이트나 에어비앤비에서 아무 장소를 선택해 최저가의 목적지를 추려내곤 했지만, 이렇게 선택하는 경우 당장의 비용은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막상 도착해서 까다로운 비자 수속에 물가 폭탄을 맞거나 소매치기에 영혼까지 털리고 난 다음 이동할 동선도 마땅찮아 몇 주를 눌러앉아 있어야 하는 곤경에 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역을 선정할 때는 물가, 치안, 코워킹 스페이스까지의 거리, 카페나 식당의 분포도, 대중교통 혹은 렌트 비용, 취미 활동이나 네트워크 실행 가능 여부, 지역 내 노마드 그룹의 규모, 다음 장소로의 연결 편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일년살기 장소로 스페인 발렌시아를 선택한 이유는 나의 일상 루틴을 안정적으로 실행 가능하고 지속적인 여행이 가능한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로컬 비중이 높고 물가가 저렴하고 안전하며 문화 예술 행사들도 다양해 내가 원하던 탱고, 서핑, 클라이밍 커뮤니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월세, 교통비, 코워킹 스페이스 비용, 스페인 어학원비 또한 저렴해 고정비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연중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없이 화창한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해서 우울할 틈이 없으며 여행을 위한 교통편 또한 편리해 내가 찾던 조건에 딱 맞았다.

캄보디아 깹 정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인 부부가 운영하는 에코 빌리지. 나무 위 숙소.

저축과 보험

물가가 저렴한 곳에서 살다 보면 적당히 일하면서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여유 부리며 하루 벌어 하루 살면 저축의 여유가 없다. 노마드의 삶은 다채롭지만 그만큼 색다른 위험들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에 언제 수입이 끊어져도 적어도 다음 두세 달을 버틸 생활비는 항상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 경조사든 건강상의 문제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언제 어디서든 귀국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항공편을 위한 비상금 또한 필수다.


나는 건강 체질이라며 보험 없이 집 나서면 정말 위급할 때도 병원을 찾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 그렇게 치료를 거르다 보면 나중에 골병든다. 여행 지역과 기간이 정해진다면 출국 전에 저렴한 여행자 보험을 알아보자.


인도네시아, 발리. 아메드로 넘어가는 길

좋은 배낭에 투자

한곳에 머물게 된다면 캐리어가 편리하겠지만 이동이 잦은 여행일 경우 여행용 가방이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이동 수단이 바뀌고 루트까지도 달라진다. 동남아의 경우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우기에는 진흙탕이 된 물웅덩이를 피해 다녀야 하고 폭우에 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르기도 해서 도저히 캐리어를 끌 수가 없다.


유일한 이동 수단이 마을버스나 배, 오토바이인 경우에는 캐리어를 둘 자리도 마땅찮다. 유럽의 경우 울퉁불퉁한 돌바닥과 계단이 많아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다 보면 바퀴가 고장이 나거나 공항 이동 중에 케이스가 파손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내가 기내용 가방을 고수하는 이유는 수화물을 붙이거나 기다릴 필요가 없기에 공항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분실 위험도 적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이유로 배낭에 투자를 했다. 오래 걸어도 덜 피곤하도록 가볍고 튼튼하고 무게 분산이 잘 되는 것으로 골랐다. 여행지마다 짐을 풀었다 쌌다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한쪽 면이 완전히 열리는 배낭으로 장만했다. 개인 사물함처럼 필요한 것만 간편하게 꺼내 쓸 수 있어 편리하다.


배낭을 지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내가 감당할 무게를 결정해야 한다. 나는 애착 신발들이 많은데 다 포기하고 가장 가벼운 쪼리와 러닝화 딱 두 개만 챙겼다. 오랜 고심을 거쳐 선택받은 물건들은 앞으로 여행을 멈추는 날까지 항상 당신과 함께일 것이다.


짐 싸기

짐을 최대한으로 줄였다면 챙기면 유용하게 쓰일 물건들을 몇 가지 추천한다.

모든 규격에 사용 가능한 멀티 플러그와 눈치싸움 없이 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는 멀티탭, 그리고 보조 배터리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필수다. 숙소에 조명이 너무 멀리 있거나 어두울 경우 보조배터리에 연결 가능한 휴대용 헤드 램프가 유용할 것이다. 해변이든 산이든 핫스팟을 켤 수 있는 현지 심카드, 폰이 듀얼이 아닌 싱글심을 지원 경우 은행 및 서류인증을 위해 한국 심 카드로 바꿔 껴야 하는 경우가 잦으니 교체에 쓸 클립을 하나 챙겨 다니자.


VPN에 투자하면 보안과 사이트 접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항공권이나 호텔도 보다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돗자리 혹은 비치타월은 어디서든 일하고 쉬어갈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며, 커피를 담아 다닐 수 있도록 가벼운 텀블러를 챙기자. 관광지를 벗어나면 대부분 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니 비상용 티슈와, 여자들은 빨아 쓰는 생리대나 생리컵을 준비하자.


여권 분실이나 비자 수속을 대비해 여권 사진이나 증명사진도 여분으로 챙기는 것이 좋다. 어제까지도 잘 사용했던 카드가 오늘은 죄다 막혀버릴지 모르는 법, 두 개 이상 은행의 직불 카드와 비상용 신용카드도 준비하자. 물론 직불카드는 도난을 대비해 주거래 은행은 따로 두고 매달 쓸 만큼만 여행용 카드로 옮겨 쓰는 것이 안전하다. 기회가 된다면 현지 은행이나 온라인 계좌를 개설해 보자. 현지 계좌가 있다면 은행보다 훨씬 좋은 환율과 저렴한 수수료에 두세 시간 안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이용할 수 있다.


오래 나가서 생활하다 보면 취향도 현지화되어서 가져온 옷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 있으니 짐 쌀 때 너무 욕심내지 말고 현지에서 하나씩 사 입자.

수영복에 현지에서 구매한 치마 천을 두른 디폴트 패션. 인도네시아, 발리.

로컬라이징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고정비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적당한 가격의 깨끗하고 편안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면 앞으로 주머니 형편이 편해질 것이다. 어디서든 마찬가지일 테지만 시내 중심부를 살짝 벗어난 지역으로 알아보면 가격 대비 퀄리티 높은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로 렌트를 구하더라도 주변에 비슷한 조건의 선택지가 많은 경우 주인에게 요청하면 할인된 가격을 제시해 주는 경우가 많다. 장기로 예매하는 경우는 50프로 가까이 할인되기도 하니 주인과 네고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가보지도 않은 숙소를 3달씩 미리 예매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 발생하게 될지 모르니 삼가는 것이 좋다.


관광지를 벗어나 로컬들이 자주 찾는 식당으로 가보자. 혼자라면 구글맵이 당신의 식사를 위한 가장 든든한 동료가 되어 줄 것이다. 영어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로컬 언어에 도전해보자. 짧게 오고 가는 기본 회화만으로도 일상생활이 한층 쉬워지고 당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부드러워질 것이며 혹시 모를 불이익이나 위기 상황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언어가 너무 어렵다면 말이 많이 요구되지 않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아보자. 그림, 음악, 운동, 춤 등으로 이전에 몰랐던 다채로운 삶이 열릴 것이다. 나는 어딜 가든 탱고 슈즈, 암벽화, 서핑 용품을 항상 챙겨 다닌 덕분에 매일 알찬 로컬 라이프를 톡톡히 즐기고 있다.


운전을 연습하자. 차나 오토바이가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 가능한 관광지나 도심에서만 생활이 가능할것이다. 로컬 물가와 라이프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운전하는 편이 좋다. 시골 마을을 여행하다보면 교통편이 마땅 찮아서 10살도 안돼어 보이는 아이가 오토바이에 동생들을 태워 등하교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유럽에서 구글 루트를 찍어보면 전철이나 버스보다도 자전가가 가장 빠른 교통 수단으로 나온다. 나는 아무래도 운전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하루 6시간 정도는 짐을 지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체력을 기르자.



비자와 법 공부

팬데믹을 겪고 귀국했던 나는 락다운 당시 시시각각 바뀌는 로컬 법을 알 방도가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그나마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오래 살아와서 현지 사정에 밝은 expat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정보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 지역명 + ‘Expat’을 검색하면 커뮤니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스스로 확인해야 할 점은 항상 여권과 비자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국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스탬프를 받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수동으로 진행되는 비자 수속 과정에서 고의든 실수든 우리가 받았다고 생각했던 기간보다 더 적은 날짜가 주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오류 때문에 불법 체류자로 간주되어 심사 중 잡혀가서 벌금을 무는 경우도 많다. 가끔 동남아에서 국경을 넘을 때 직원에게 소정의 금액을 지불해야만 통과시켜 주는 경우가 있는데 오랜 기간 행해진 관례라서 웬만해선 예외는 없다. 이럴 때 현금이 없으면 낭패다.


마지막 준비물은 즐겁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노마드 선언을 하고 나서 찾아오는 여유로움에 위기감과 허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가끔 일이 없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각심은 가지되 죄책감은 느끼지 말자.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을 용기와 내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그보다 더 큰 기대를 가져보자.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혼자 모든 것을 지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두려움이 찾아오더라도 가이드라인을 따라 꾸준히 스킬을 개발하고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취미를 더해가면서 한 발씩 앞으로 나가보자.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 만들어가는 모든 도전들이 쌓여 미래의 내가 될 것이다.


지금도 가끔 우울감이 들거나 혼자 헤쳐나가야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매일 더

딱히 대단한 삶은 아니지만 내 이야기를 통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세지를 전해 주고 싶다. 언젠가 우리가 자유로운 노마드의 길에서 마주치길 바라며 스타터 팩을 마친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나이로비 가는 길, 초원을 달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