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말 말고, 니체 말 말고, 네가 한 말이 뭐야?
우리는 종종 유명 철학가의 인용으로 범벅이 된 글들을 접하곤 한다.
어떤 글은 유명 철학가의 인용이 과도한 나머지, 애당초 글을 쓴 작가의 이름으로 내놓은 생각은 하나도 없어 보일 때도 있다.
유명 철학자의 말과 글을 인용한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보다 더 똑똑해 보이고 훨씬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은 유명 철학자가 한 말이라면, 토를 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유명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한층 더 호소력 있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호소력’이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이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용이 너무 잦아지면 그 글은 논리를 잃기 쉽고, 게으른 글쓰기가 되기 일쑤이다.
좋지 못한 인용으로는 호가호위(狐假虎威)식 인용이 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리듯, 작가는 유명 철학자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주장을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
자신의 주장 중 취약한 부분을 유명 철학자의 말과 글을 인용하여 방어하고는 하는데, 자신의 논증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마치 그 유명 철학자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응록, 책가도
또 좋지 못한 인용으로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인용이 있다. 자기 논에 물 대듯,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인용구를 해석하고 심한 경우에는 곡해 수준까지 이르는 종류의 인용이다.
아전인수식 인용은 인용 자체가 무의미 할 때가 많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그저 글을 멋들어지게 장식하고자 인용구를 끼워 넣을 뿐이다. 유명 철학자의 난해한 단어와 현학적 표현을 가져와서는, 마치 글의 수준이 높은 것처럼 독자를 속인다.
글쓰기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대중을 향해 어떠한 사안을 호소하기 위해 쓰는 글도 있고, 특정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쓰는 글도 있다.
호소력 있는 글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효용이 있다. 그러나 만약 글을 쓰는 이유가 어떤 문제를 깊이 사고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라면, 논지를 흐리게 만드는 과도한 인용은 지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보다는 자신이 소화해낸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언어로 글을 풀어나가는 것이 더 좋은 글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