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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Nov 28. 2020

화려한 브랜드

어쩌면 내가 찾는 화려한 브랜드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살다보면 내 테두리 안의 이야기만 듣고 말하기 쉬운 것 같다. 더구나 요즘 같은 시기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또 흥미로운 곳에 가기도 꺼려지기 마련이다.

근데 얼마 전, 재미있는 dm이 하나 왔다.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분의 연락이었는데, 과제 때문에 실무자 인터뷰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롤리와 함께 의논하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서면으로 답변을 보냈는데, 작성하다보니 참 새로웠다. 오랜만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특히나 첫 번째 질문이 좋았다. 살짝 공유를 하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Q.1
마케터가 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질문을 보자마자 머리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 요즘 필요한 질문이었는데 자각하게 해주셔서 감사)

A.
전 경영학을 전공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전략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어요. 제가 느끼기엔 그 수많은 이론들이 결국 말하는것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거든요.

단순하게 보자면, 내가 좋다고 느낀 걸 남도 그렇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작업이잖아요. 수업을 듣는 내내 전공 서적에서 보던 좋은 마케팅 사례들을 보면서 무릎을 탁 치곤했어요.

“저러니까 사지.“
“저런 방법으로 보여주니까 설득이 되지.” 하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도 나에게 좋다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잘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고요. 내가 기획한 것들이 사람들에게 소비된다고 생각을 해보면 짜릿하더라고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대학 졸업 전, 위의 생각을 가지고 나도 일을 하나 벌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내가 실제로 그걸 잘하는지 검증해보고 싶기도 했고, 진짜 즐길 수 있는지도 궁금했거든요.

그런 맘을 먹을 때쯤이 한창 페이스북 페이지가 활성화 되려는 초창기였어요. 조금씩 페북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활동을 해야 대중들이 인정해주던 때 였거든요. 어떻게보면 SNS 마케팅의 초창기 시절이라고 하겠네요.

이때 디자인을 전공하던 친구를 조르고 졸라서(저녁을 엄청 사줬어요.ㅎㅎ) 팜플렛을 만들어 학교 주위의 카페, 숍들을 들러 설명을 해봤어요.

내가 전략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지금보다 매출을 더 끌어올릴 방법이 있다. 바로 페북 페이지를 통해서 이 가게의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다. 제품 정보도, 만드는 사람의 이야기도, 방문하는 사람까지도 내가 콘텐츠로 가공해서 소개하겠다는 내용의 팜플렛이었어요.

물론 가게의 손님을 설득하기 전, 가게의 사장님을 설득하는 것도 잊지 않았죠. 6개월동안 나도 공부하는 겸해서 공짜로 해주겠다. 대신 6개월 뒤, 내가 수치로 매출이 오른 것을 증명하면 월급을 주고 날 써달라 하고요.

그 팜플렛이... 용돈을 탈탈 털어서(비딴 종이에 무광 코팅까지 하며 나름 멋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로 한 50군데는 넘게 다녔던것 같은데, 그 중에 한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베이커리 카페였는데, 한번 해보자고요.

이때가 저의 첫 마케터의 시작이었습니다. 결국 6개월 뒤 전 고용이 되었어요. 그 뒤로 1년 6개월 동안 매니저로 일하면서 매출 관리도 했었고요. 두 가지가 저에겐 정말 재미있었어요. 첫 번째, 가게 사장님을 설득해서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 두 번째, 가게 손님들을 설득해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요.


이 것 말로도 여러가지 경험들이 있지만, 이런 누군가를 설득하는 재미에 빠져서 마케터의 길을 걷자고 결심했어요.


주절 주절 했지만, 10개의 질문에 대해서 최대한 정성스레 답변을 적어 보냈다. 질문을 하는 그 학생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어떻게 보면 그도 미래의 멋진 마케터 동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떤 기업만이 브랜드가 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브랜드에 속한 한 명 한 명이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시기다. 어떻게 보면, 벌써 이렇게 실무자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의 길을 닦으려고 하는 그 분이 바로 하나의 화려한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했다.

좋은 질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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