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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Nov 28. 2020

화려한 브랜드

인스타그램 질문으로 온 비슷한 질문들에 내 이야기를 답변으로 써본다.

아무 질문이나 받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

재미삼아 올린 어느 날의 스토리에 신기하게도 비슷한 질문이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마케터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데, 불안하다.


나도 저사람처럼 멋진 사람이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고민을 하다가, 문득 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했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아래는 그래서 그날 정리하고 올린 글의 내용이다.


음.. 어제 스토리에 올린 질문에 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해주셔서, 생각난 김에 그냥 제 이야기를 주절 주절 써볼까해요.


저도 진짜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했는데요.

20대 중후반, 첫 직장에서 마케팅 부서와 홍보 부서에서 일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었어요. 여러가지 혼란이 있던 상태에서 퇴사를 하면서 방황도 좀 했고요.


그때 나는 어떤 일을 해야하나..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나는 날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땐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잘 하는 건 뭔지 헷갈리더라고요.


그렇게 지내다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절 발견하곤, 정신을 차려야지 했어요. 그리고 먼저 나를 알 수 있는 작업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누구의 글을 좋아하고,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고 무슨 제품을 좋아하는 나 말고, 나는 근본적으로 가장 밑에는 어떤 기질이 있는지, 평소의 나는 보통 어떤 성향인지, 기분 나쁜 상황에서는 어떻게 말을 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은 뭐고 못 먹는건 뭔지, 어떤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고 진짜 잘하는 건 뭔지, 못하는 건 뭔지 등이요.


자신을 좀 파악하고 나선, 그걸 토대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지 꿈을 그렸어요. 그리고 시간이 좀 걸리고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그 길을 헤쳐나가는데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애썼고요. 조바심이 사람을 제일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나는 지금 날고 싶은데, 현실은 이제 걷기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런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걷기 다음엔 뛰기, 그 다음엔 날기니까. 천천히 생각하자. 그렇게요. 그러다 보니까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 지 감이 오더라고요. 그리고 그 꿈을 차근 차근 하나씩 실현해 갈 수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전도 하고 실패도 하고 그랬답니다. 도전과 실패 둘 다 나쁘지 않았어요. 도전이 때론 성공이 될 수도 실패가 될 경우도 있었지만, 나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거든요. 그럼 나를 더 잘 알게되고 그걸 토대로 방향을 수정하면서 보다 좋은 목표를 잡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까요. 요즘엔 이전보다는 나보다 유명한 사람, 나보다 나은 것 같은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되요. 그보다 지금의 나를 돔 더 자세히 보려고 하고 내가 꿈꾸는 삶에 집중하려고 해요.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할까요? 다른 사람에 빗대어 내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 않아요. 이젠 지금 내갸 해야할 것들과 앞으로 흡수해야할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더 고민해요.


내 사회적 위치가 나의 가치를 정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알렝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으로 내가 스스로 가치없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에 더이상 휘말리지 않게 되었고요. 내가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계속 나 자신에게 알려줬어요. 결국 나를 가장 잘 챙겨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잖아요?


저는 마케터의 길을 걷고 있어서, 이 부분에 빗대어 말씀드리자면 마케터는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사람인데요. 근데 누군가를 설득 하려면 자기가 말하는 것과 자신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누군가의 마음을 확실히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확신에 찬 태도들이 결국엔 마케터가 기획하는 모든 결과물에서 드러날테고요.


괜찮으시다면, 마치 마케터가 제품과 타켓의 특징을 파악하고 마케팅을 펼치듯이 자신을 하나의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먼저 자신을 잘 파악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이라는 그 제품에 확신을 가지세요. 그 이후엔 좀 더 많은 방향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위의 이야기는 그저 제 이야기에 기본된거라 그냥 참고만 하시는 걸로 추천 드려요. 사람마다 처한 상황은 다 다를테니까요. 오늘 하루도 다들 정말 수고하셨어요. 토닥토닥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이젠 나에게도 어색하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브랜드가 그 위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아, 어쩌면 그래서 오롤리데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지도. 제품이나 가치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마케터가 전달하는 것들을 통해서 소비자가 순간 순간 작은 행복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만큼 브랜드 마케터로서 보람되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런 브랜드가 더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자기가 소중하다고. 그리고 세상엔 의외로 소소하게 행복한 일들이 많다고 말하는 브랜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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